서울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양연주(여·24)씨는 얼마 전 '동생'이 생겼다. 친구가 소개해준 스마트폰용 앱(애플리케이션·활용 프로그램) 'MEEPLE'을 통해서다.
스마트폰용 멘토·멘티 프로그램인 'MEEPLE'은 대학생 멘토와 고등학생 멘티를 연결해줘 이들이 손쉽게 대화를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양씨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주변에 조언해 줄 오빠나 언니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생 입장에서 해 줄 수 있는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준비 중이라 멘토를 자처하고 싶어도 실제로 만나 도움을 주기엔 부담스러웠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듯이 쉽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최모(여·19)양은 최근 서울대생 멘토 언니가 생겼다.
그는 "재수를 결정한 뒤 일주일에 3번은 언니와 꼭 이야기를 나눈다"며 "하루에 적게는 10분, 많게는 40분씩 공부 방법과 진로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최씨가 멘토와 하는 대화도 'MEEPLE'을 통한다. 그는 "이런 앱으로 멘토와 멘티 관계가 맺어질까 의심도 했지만 진짜 '언니'가 생겼다"고 했다.
'MEEPLE'은 '만남(Meeting)의 장소(Place)'와 '만남(Meeting)의 사람들(People)'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서울대학교 포털 사이트와 연결돼 학생 인증을 받으면 멘토로 가입할 수 있다. 고등학생은 학교와 학년, 이름을 기입해 가입한다. 지난 10일 출시된 뒤 일주일만에 이용자가 200여명을 넘어섰다.
아직 멘토는 서울대생만 등록할 수 있지만, 전국 모든 대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 변형규(25), 백인균(24)씨와 컴퓨터공학과 류재성(22) 배성렬(22)씨, 서강대 게임소프트웨어개발학과 최준혁(22)씨, 상명대 실내디자인학과 전소린(26)씨 등 대학생 6명이 "고등학생들에게 친구 같고 선배 같은 대학생 조언자를 소개해주자"고 만들었다. 첫 아이디어는 변씨가 냈다. 그는 "시험 기간에 고등학교 때 공부하던 생각을 하다가 '누군가 나에게 대학 생활에 도움을 줬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친구 백씨에게 이야기하자 "대학생 멘토와 고등학생 멘티를 연결해주자"고 곧장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말부터 4개월에 걸쳐 이 앱을 개발했다.
이들은 "하루에 4~5시간씩을 투자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열띤 토론을 벌였다"며 "2개월간 만든 프로그램을 엎고 다시 만들면서 서로 격한 말이 오가기도 했다"고 했다. 변씨는 "먼저 취직해 얼굴 볼 시간도 없는 여자 친구가 일하는 틈틈이 멘티 학생이랑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질투도 났다"며 "주변에서도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조언해주는 걸 보며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