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순수성 같은 건 없어요. 대단한 작품을 남기겠다는 생각도 안 해요. 그냥 음악이 가장 재밌으니까 하는 거죠."
뮤지션 '뮤지'(31·본명 이용운)의 말이다. 뮤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UV의 그 뮤지'라면 '아하' 무릎을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개그맨 유세윤(32)과 함께 듀오 'UV'를 결성, 지난 한 해 긴 생머리 가발과 가죽재킷을 걸치고 폭소를 불러일으키는 춤과 노래를 선보여 20~30대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그다. '이태원 프리덤'으로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고, 들어온 광고 제의만 "수십억원 규모였다"고 한다.
UV에선 코믹한 이미지로 다가왔지만 뮤지는 사실 박진영·유희열·정재형·이현도 같은 국내 유명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해온 10년 경력의 프로듀서 겸 DJ이다. 그가 최근 일본 유명 DJ '프리템포(Free TEMPO)'와 '믹스 아시아(Mix Asia)'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일렉트로 음악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명륜동 작업실에서 뮤지를 만나 UV 활동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UV의 음악은 늘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탄생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유세윤이 "음악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 첫날 작곡 기본을 가르쳐준 뒤 그 자리에서 몇 분 만에 만든 곡이 UV의 첫 곡 '쿨하지 못해 미안해'였다고 한다. 히트곡 '이태원 프리덤' 역시 박진영, 유세윤과의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런던 보이즈'의 '할렘 디자이어'처럼 색다른 지역을 테마로 곡을 만들기로 했죠. 그게 '이태원 프리덤'이었던 거예요."
뮤지는 "이렇게 만든 곡만 벌써 30곡이 넘는다. 지금까지 내놓은 곡은 일부"라고 했다. "저는 제가 듣기 위해 음악을 하니까요. 누군가에게 들려주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아티스트로서 UV의 코믹코드가 부담스럽지는 않으냐"고 묻자 그는 "난 진짜 좋다"고 했다. "세윤형이 '나는 코미디언이지만 넌 아니잖아. 네 이미지에 괜찮겠니'라고 묻더군요. 제가 정색하고 말했죠. '괜찮아. 아무도 나를 몰라. 내가 무슨 이미지가 있겠어."(웃음)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졸라 신시사이저를 구입한 후 독학으로 작·편곡을 공부했다"는 그는 2001년 프로듀서로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클럽 DJ, 프로듀서, 밴드활동뿐 아니라 '생계용'으로 광고 음악이나 게임 음악 제작도 했었다.
최근 발표한 '믹스 아시아' 앨범은 뮤지가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 앨범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UV 스타일의 '웃기는 음악'과는 다른, 클럽에서 들을 수 있는 정통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담았다"며 "2월부터는 앨범 발매를 기념해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떠날 예정이다"라고 했다. "어떤 음악을 하는지가 중요하진 않아요. 어차피 내가 만든 곡인데 제 색깔이 어디 가겠어요. 뭘 할지는 제 동물적인 감각이 이끄는 대로 선택해요. 다른 건 몰라도 음악만은 제멋대로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