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조선중앙방송의 리춘희 아나운서가 김정일 사망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일 사망 발표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북한 조선중앙방송의 리춘희 아나운서가 과거 불륜을 저지르다 적발되고도 자리를 지킬 만큼 김정일의 총애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격(隔)주간 국제정보지 ‘사피오’(SAPIO)는 최신호에서, 탈북 언론인 장해성(66)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리 아나운서의 숨겨진 이야기를 공개했다. 증언자 장씨는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조선중앙방송 정치부 기자와 라디오 드라마 작가로 활동한 엘리트로 1996년 탈북했다.

사피오는 “탈북자의 발언은 햇볕정책을 내건 김대중·노무현 정권 아래에서는 제한돼 있었지만, 장씨는 장시간 인터뷰를 통해 북한 간판 아나운서의 비화를 밝혔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 아나운서는 원래는 연극배우 지망생이었지만 체형이 배우로는 적합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 1970년대 초에 배우 대신 아나운서의 길을 택했다. 그의 남편은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의 기관지 ‘민주 조선’의 기자로 알려졌다.

장씨는 “북한에는 몇개의 방송국이 있지만, 특히 우대되고 있는 것이 조선중앙방송의 아나운서”라며 “지방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리 아나운서는 눈을 의심할 만큼 유복한 생활을 보장받았다”고 말했다. 평양의 일등지에 있는 자택에서 이탈리아제의 가구 속에서 자유롭게 살았다는 것이다.

장씨는 리 아나운서가 엄격한 통제사회인 북한에서 불륜으로 적발되고도 무사할 만큼 김정일의 총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장씨에 따르면, 과거 리 아나운서가 북한의 선전방송을 담당하는 조선노동당 선전선도부의 간부와 불륜 관계에 있다는 고발이 접수돼, 이러한 내용이 김정일에게까지 보고된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 면직되는 것이 통례지만,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며 고발을 은폐했고 리 아나운서는 계속해서 방송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것.

장씨는 “수개월간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던 리 아나운서가 갑자기 TV에 등장한 순간, 보통이 아닌 일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리 아나운서는 나이가 60대 후반이기 때문에 정년퇴직했을 가능성이 컸지만, 김정일의 총애를 받았기에 비상시에는 반드시 TV에 나올 거라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