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케이 임직원들이 '정권 실세'로 알려진 박영준 전 지경부 2차관과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를 처음 만난 것은 2008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씨앤케이 관계자들은 집중적으로 총리실을 드나들며, 박영준 당시 총리실 국무차장과 당시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으로 근무 중이던 김은석 대사를 상대로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요구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2008년 당시 씨앤케이 관계자들이 총리실을 자주 드나든 것이 출입기록에 남아 있다"고 했다.
김 대사는 이듬해인 2009년 5월, 민관 합동 대표단을 구성해 카메룬을 방문해 씨앤케이가 개발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박영준 전 차관도 1년 후인 2010년 5월 우리측 민관 고위급 대표단의 단장 자격으로 카메룬을 방문, 현지 고위급 인사들에게 "씨앤케이가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딸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이후 카메룬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2010년 12월 16일 카메룬 대통령이 씨앤케이에 정식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부여했다.
이에 외교부는 다음 날인 12월 17일 "씨앤케이(CNK) 마이닝사(社)가 카메룬에서 추정 매장량이 최소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은 1억7000만 캐럿에 불과하다"는 설명까지 곁들여 개발권 획득의 의의를 홍보했고,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과 김은석 외교부 대사가 각각 개발권 획득에 기여했다고 돼 있다. 이 자료가 나온 후 1주당 3400원대였던 씨앤케이 주가는 급등해 보도자료 배포 17일 만에 1만8000원대로 5배가량 올랐다.
그러다 지난해 상반기 씨앤케이 임원들이 주가 급등 후 주식을 팔아 수십억원의 이익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됐다. 또 "씨앤케이가 개발권을 획득한 다이아몬드 광산의 매장량이 불분명하다" "외교부가 자원외교의 성과 홍보에 급급해 엄밀한 확인 없이 업체 홍보를 해주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그러면서 씨앤케이 사건은 정권 실세가 개입한 주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비화했다.
여야는 작년 9월 "씨앤케이 주식을 매입한 정부 고위 관료들이 있을 것"이라며 감사원에 씨앤케이 사건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이후 조중표 전 총리실장(장관급) 본인과 가족이 26만주의 씨앤케이 주식을 인수해 총 10억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원 감사를 통해 씨앤케이의 광산 개발권 취득에 대한 보도자료 배포를 주도했던 김은석 대사의 동생 부부와 친척이 억대의 씨앤케이 주식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일부 외교부 간부들의 가족·친척도 보도자료 배포 이전에 씨앤케이 주식을 거래해 감사원에 적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씨앤케이 관련 의혹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입력 2012.01.16.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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