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끝난 뒤에도 왕자와 공주는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갔을까.
2007년 개봉한 존 카니 감독의 '원스'는 한 편의 동화였다. 원스는 거리에서 음악을 부르는 남자(글렌 한사드)와 그 남자의 재능과 상처를 알아본 여자(마르게타 잉글로바)의 애잔한 사랑을 담은 음악 영화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한사드와 잉글로바는 영화를 찍으며 사랑에 빠졌고, 이들의 밴드 '스웰 시즌'도 덩달아 인기를 얻었다.
'원스 어게인'은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쿠리스 답킨스, 닉 어거스트 페르나 등 세 명의 감독이 '원스'의 성공 직후 3년 동안 스웰시즌의 월드투어를 카메라에 담은 영화다. 세 감독은 애당초 밴드의 음악 여정을 담으려 했지만 '원스 어게인'은 동화가 끝난 후의 현실 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됐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한사드와 잉글로바는 세계 어딜 가도 팬들에게 둘러싸인다. 18살 잉글로바는 팬들이 문밖에서 기다린다는 얘기를 듣고 "스타놀이 같은 거 적응이 안 된다. 꼭 몸을 파는 느낌이 든다"며 울먹인다. 13살 때부터 버스킹(거리 공연)을 해왔고, 밴드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한사드는 이런 잉글로바가 못마땅하다. 결국 이들은 체코 텔치의 노천카페에서 남들이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 문제로, 약간은 유치하고 치사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싸우다 헤어진다.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원스의 그것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음악 다큐'를 기대한 관객은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원스 어게인'이 들려주는 '현실의 노래'는 훨씬 애절하고 감동적이다. 한사드와 잉글로바가 부르는 사랑과 이별의 노래는 꿈과 환상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되어 관객의 가슴을 찌른다.
영화는 주인공 두 사람이 싸우고 연인관계를 끝낸 뒤 밴드 동료로서만 함께하는 부분까지 담는다. 현재 잉글로바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 뒤 음악을 계속 하고 있으며, 한사드 역시 보노나 에디 베더와 같은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때론 단맛만 나는 동화보다는 쓴맛과 신맛, 매운맛이 다 담긴 현실이 맛깔스러운 법이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꿈이 아무리 힘겨워도 당당하게 꿈을 꾸고 포기하지 마세요."(아카데미 시상식 장면에서 마르게타 잉글로바의 수상 소감)
#장면 공연이 끝난 뒤 스웰시즌 멤버들은 술을 마시고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조용히 노래를 부르던 잉글로바와 한사드는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사랑과 성공을 다 얻었지만 어쩐지 쓸쓸한 그들의 뒷모습.
#해외 평 '사랑과 인기, 그 이면에 가린 가슴 아픈 이야기'.(뉴욕타임스)
#이런 분들 보세요 영화 '원스'의 노래들이 아직 귓가에 맴도는 분들. '현실' 속에서 부르는 노래가 적어도 10배 이상은 애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