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 기자] '팬 조련'이 아이돌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가요계는 최근 갑자기 팬덤을 불린 몇몇 아이돌 그룹의 성장 비결을 분석하면서, 팬과의 밀접한 스킨십을 뜻하는 '조련'을 최고의 비법으로 꼽고 있다. 실력과 외모가 비슷비슷한 그룹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어 팬덤을 홀로 키우기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팬들을 얼마나 '조련'시켜 자신의 팬으로 '묶어둘' 수 있는지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팬 조련'은 팬들을 훈련시켜 내 편으로 만든다는 뜻의 신조어. 과거에 스타와 팬들 사이에 존재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을 걷어내고, 오히려 스타가 먼저 팬들을 확보, 혹은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팬 서비스로 일종의 '세일즈'를 하는 현상을 뜻한다.

'조련'에 능한 가수들로는 태연, 아이유, 요섭, 우현 등이 꼽히고 있는데 이들은 다른 가수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팬들을 챙기고 깜짝 놀라게 해준 몇몇 에피소드들이 팬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면서 '조련 종결자'로 분류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요섭의 "너 예뻐" 사건. 팬 사인회 도중, '아이유가 예쁘냐'고 묻는 팬에게 "너 예뻐. 아이유보다 더 예뻐"라고 말해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크리스마스 밤, 팬카페에 찾아와 채팅방을 찾은 아이유의 글도 대표적인 '팬 조련'으로 꼽힌다.

'조련'은 인터넷 시대에 아이돌이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문 사진기자 못지 않은 카메라를 갖고 24시간 밀착하는 팬들과, 그 과정에서 찍힌 다양한 사진을 인터넷으로 순식간에 공유하는 일반 대중에게 호감을 남겨야 하기 때문. 자신의 어떤 모습에 팬들이 열광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캐치한 몇몇 스타들은 팬들의 카메라를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재미있는 모습을 '제공'하면서 팬들을 '조련'하고 있다. 또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팬들의 심리를 고려해, 트위터와 팬카페 등을 통해 친근한 모습을 수시로 오픈하기도 한다.

자신을 '스타'가 아니라 '이성'으로 느끼게끔하는 것도 필수. 인피니트의 성공에 작용한 여러 요소에는 팬들과의 뜨거운 스킨십도 포함된다. 한 가요제작자는 "팬 사인회에서 인피니트 멤버들이 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 볼을 쓰다듬어주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팬 입장에서 어떻게 안좋아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KBS에서 올해의 노래상을 받은 비스트는 이같은 '조련'의 최초 성공 모델로 지목되고 있다. 한 아이돌그룹의 관계자는 "아무리 나이 어린 아이돌 가수라지만, 가수와 팬 사이에는 분명 눈높이에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비스트가 데뷔, 이후 팬들과 스스럼 없이 지내기 시작하면서, 팬들의 태도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익숙해진 팬들이 가수들에게 훨씬 더 편하게 다가오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비스트의 팬들 역시 '비스트의 팬으로 지내는 것은 비스트와 연애하는 기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태. 비스트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가수들의 경우에는 연습생을 오래한 후 데뷔하기 때문에, 연습생 시절 팬들을 소중하게 대하던 태도를 한순간에 버릴 순 없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예전의 아이돌스타들과는 팬과의 관계 형성이 좀 달라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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