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체고 전직 교장과 현직 교사, 운동부 코치 등 10여명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학교 예산과 각종 체육단체 지원금 등에서 수백∼수천만원씩 몰래 빼내 2억5000여만원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여행 경비나 개인 용도 등으로 탕진했으나 대부분 지금도 해당 학교나 경북도 내 다른 학교에서 근무 중이다.

경북경찰청은 경북체고 전직 교장 이모(67)씨와 현직 교사 최모(50)씨 등 17명에 대해 예산 횡령 및 사기 등 혐의로 수사를 벌여 그 결과를 최근 경북교육청에 통보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이들이 지난 6년간 뒷돈을 마련한 가장 흔한 방법은 학생들이 사용할 훈련용품을 학교 예산으로 구입한 뒤 일부를 업체에 반납하고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것이었다. 체력관리부장 황모(42)씨와 육상부 감독 이모(49)씨, 사이클부 코치 장모(36)씨 등 3명은 학교 체육부장 정모(51)씨로부터 "자금을 마련하라는 교장 지시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운동용품을 구입한 뒤 반납해 각각 2600여만원과 1700만원, 950만원씩을 횡령했다. 투척부 감독 김모(42)씨도 이런 수법으로 마련한 돈 360만원을 체육부장 정씨에게 전달했다. 최모(49) 교사는 전직 교장 이씨에게 "교직원 해외여행 경비를 펜싱부 감독에게 부탁하겠다"고 보고해 승낙받았고, 최 교사의 요청에 따라 펜싱 감독 이모(45)씨는 장비반품 대금 200만원을 건넸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들이 거래하는 업체 사장들도 대부분 운동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이 같은 수법을 눈감아 줬다"며 "이는 체육계 전반에 만연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각종 체육단체에서 나오는 보조금도 횡령했다. 육상 중장거리부 감독 최모(50)씨는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훈련지원비 4750만원과 경산시체육회 지원금 100만원 등 4850만원을 챙겨 일부를 상납했고, 사격부 감독 이모(48)씨도 경산시체육회의 훈련지원비 930여만원을 6회에 걸쳐 개인 계좌로 송금받아 다른 교사에게 건넸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태권도부 감독 김모(49)씨는 학교에서 지급되는 전지훈련 및 각종대회 경비를 자기가 부담한 것처럼 학부모들을 속이고 총 6회에 걸쳐 385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북교육청은 "이 학교 체육교사 대부분이 같은 대학 출신이고 한정된 분야에서 일어난 일이라 (비리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며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중한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