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남자가 첫사랑 여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그를 정말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런 그에게 '타임머신'이 주어진다. 20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두 사람은 맺어질 수 있을까?

#2. 한 여자에게 기묘한 물건이 배달된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한 남자 로봇! 그런데 이 로봇, 여자가 평소 '이상형'으로 손꼽던 항목을 모두 충족하는 완벽한 '남자'다. 둘은 어떻게 될까?

판타지와 로맨스를 절묘하게 결합한 두 편은 일본 후지TV에서 각각 2007년과 2008년 인기리에 방송됐던 '프러포즈 대작전'과 '절대 그이'다. 두 드라마가 한국에서 다시 만들어진다. TV조선이 2월 초 '프러포즈 대작전'을, MBC가 3월에 '절대 그이'(가제)를 각각 방송한다.

이처럼 일본 드라마들이 한국에서 리메이크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판타지, 로맨스, 멜로 등 장르도 다양하다.

2월 처음 방송되는 TV조선의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프러포즈 대작전’의 주연 유승호(왼쪽), KBS‘ 꽃보다 남자’(위)·‘결혼 못하는 남자’의 한 장면.

TV조선의 '프러포즈 대작전'은 청춘 스타 유승호가 처음 성인 연기에 도전하며 선택한 작품. '꽃보다 남자'로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윤지련 작가가 집필을 맡는다. 일본 방영 때도 청춘 스타 야마시타 도모히사·나가사와 마사미가 출연해 20%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 '절대 그이'는 동명(同名)의 만화로 먼저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김하늘·최승현(빅뱅 탑)이 주연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드라마 제작에 뛰어든 SM엔터테인먼트는 2007년 일본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다시 만들기로 했다. 꽃미남이 대거 다니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이 밖에도 '너의 손이 속삭이고 있어'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 '오렌지 데이즈' '전차남' '러브 제너레이션' 등이 국내 리메이크 후보작으로 거론됐거나 거론되고 있다.

이보다 앞서 국내 제작사들이 이미 리메이크한 일본 작품으로 '로열패밀리'(MBC·2011년), '결혼 못하는 남자'(KBS·2009년), '꽃보다 남자'(KBS·2008년), '하얀거탑'(MBC·2007년) 등이 있다. 대부분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꽃보다 남자'는 이민호 등 여러 청춘 스타를 탄생시켰다.

전문가들은 "일본 드라마는 세밀한 인물 감정 묘사, 빠르고 탄탄한 전개, 다양한 테마 등이 강점이라 리메이크 대상으로 무척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드라마는 통상 11~12회에서 끝나는 데다 사전 제작 풍토가 정착돼 있어 줄거리가 빠르고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백승혁 한국콘텐츠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삼각관계, 불륜 등만 파고드는 우리나라 드라마와 달리 일본 드라마는 다양한 인물 관계와 감정을 예민하게 다루고 있어 매력적"이라며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미 일본에서 성공한 작품이라는 점에 대한 '안도감'도 있다"고 했다. '초식남' '남자 주부' 등 새로운 경향을앞서 포착하는 것도 강점 중 하나다. 채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직까지 한국은 창작 방송 콘텐츠가 미국·일본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와 문화적 이질감이 덜한 일본 원작 드라마가 앞으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