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우(사진 왼쪽), 오일정.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소련 함정 '푸가초프'호를 타고 원산항에 도착했다. 당시 김일성과 한배를 탔던 빨치산 출신들 가운데 오진우(전 인민무력부장), 최현(전 인민무력부장), 김일(전 제1부주석) 등은 후일 김일성 독재를 뒷받침하며 김정일 후계 세습에도 힘을 보탰다. 특히 김정일 체제는 19년간(1976~1995년)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오진우의 도움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오진우는 김정일 권력 세습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1987년 오진우가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맬 때 김정일이 북한 최고 의료진을 총동원해 오진우를 살려냈다고 한다. 한 고위 탈북자는 "그 사건으로 김일성 경호대장 출신인 오진우는 완전히 김정일 사람이 됐다"고 전했다. 이후 오진우는 김정일의 군부 장악을 도왔고 1992년 김정일과 함께 '원수' 계급장을 달았다.

김정일은 작년 9월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하면서 자신의 후계 세습을 도왔던 오진우의 아들 오일정(57)을 노동당 군사부장으로 발탁했다. 군사부장은 400만명의 노농적위대를 포함, 현역보다 많은 북한 예비 전력 대부분(500만 이상)을 총지휘하는 요직이다. 후계 지지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대를 이어' 맡긴 셈이다. 오일정은 올해 4월 우리의 중장 격인 상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 9월 9일 조선중앙TV로 생중계된 정권 수립 63주년 열병식에서 노농적위대 사령관 자격으로 김정일에게 열병 보고를 해 존재감을 극대화했다.

당초 오일정은 김정일과 후계 경쟁을 벌였던 김평일(김정일 이복동생) 주폴란드 주재 북한대사와 남산학교, 김일성대 동기 동창이기 때문에 중용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군사부장에 기용되기 전까지 군부에서 대외 업무를 주로 맡았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은 김정은 후계작업을 시작하면서 친·인척들과 '김씨 왕조' 구축에 일등공신인 집안 사람들을 중용했다"며 "김정은 주위가 김씨 왕조와 운명을 같이할 세력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최룡해 당 비서(중앙군사위원 겸직), 오백룡 전 호위총국장의 장남 오금철 부총참모장, 오백룡의 차남 오철산 해군사령부 정치위원 등도 3대 세습 과정에서 요직에 발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