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발(發) 서울시 인사 태풍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김상범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1급 고위 공무원 5명에게 용퇴(勇退)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별정직(여성가족정책관)을 빼고 서울시 1급 공무원이 6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면 물갈이 수준인 셈이다. 대상은 최항도(52) 기획조정실장·정순구(57) 서울시의회 사무처장(이상 행정고시 25회), 신면호(54·행시 28회) 경제진흥본부장, 김효수(54) 주택본부장·이인근(54) 도시안전본부장(이상 기술고시 14회). 장정우(53·행시 24회) 도시교통본부장만 살아남았다.
그동안 시장이 바뀌면 어느 정도 간부급 직원들에 대한 교체 바람은 있었으나 이처럼 대규모로 진행하기는 처음이라는 게 서울시 직원들 반응이다. 더구나 오세훈 전 시장 때 주목을 받았던 간부들이 이번에 대거 퇴진 요청을 받으면서 사실상 '오세훈 색깔 지우기'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이전에는 1급 직위에서 물러나더라도 산하 기관에 자리를 마련해주며 모양새를 갖춰주는 게 관행이었으나 이번에는 그런 '예우'도 거의 없어 '몰아내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퇴진 요청을 받은 당사자들은 대부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이나 일부는 "일 열심히 한 게 죄냐"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쫓아내려는 간부들은 시에서 손꼽히는 '에이스'들인데 유능한 사람들 다 내보내 놓고 어떻게 시정(市政)을 꾸려나가려는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 서울시 과장은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며 "누군가 전임 시장 때 잘나가던 사람들을 모략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상범 부시장은 이에 앞서 "1급을 포함한 실·국장급 인사를 이달 29일쯤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오 전 시장 시절 중용됐던 인물을 무조건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그동안 박 시장은 인사를 다루면서 승진에서 소외됐거나 비(非)고시 출신, 여성 등을 우대·발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시에 있는 1~3급 간부 공무원 40명 중 여자(별정직 제외)는 1명도 없고, 비고시출신인 일반직 간부는 3급에 4명 있을 뿐이다. 한 서울시 간부급 공무원은 "기회를 주려 해도 줄 사람이 없는데 무슨 발탁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입력 2011.12.2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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