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이 ‘달리는 야전열차’가 아닌, 평양 룡성역에서 멈춰 있는 열차에서 숨을 거뒀다는 국가정보원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당초 조선중앙TV를 통해 “현지지도의 길에 오른 김정일 동지께서는 12월 17일 8시 30분에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급병으로 서거했다”고 공식발표했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미군측 위성사진들을 판독한 결과, 김정일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사망 이틀 전부터 움직인 흔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가던 열차에서 숨졌다’는 지난 20일 북한의 발표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김정일 사인(死因)’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김정일이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 열차에서 숨졌다고 했는데, 김정일 전용열차는 지난 15일부터 정차돼있던 평양 용성 제1호역을 떠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에 출석한 원세훈 국정원장도 “김정일의 열차가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원 원장은 그러면서도 김정일이 타살됐거나 시신이 나중에 열차로 옮겨졌을 가능성에 대해선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김정일이 현지 지도를 떠나기 위해 열차를 탔다가 곧바로 숨졌을 수도 있지만, 사망장소를 숨기려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에 있는 광복지구상업중심(대형마트)과 하나 음악정보센터를 찾은 이후 16일부터는 외부 활동을 위한 동선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 원장은 김 위원장의 사망 장소 등을 놓고 북한의 발표와 국정원이 파악·분석한 정보가 다른 것에 대해 “사망 일시나 장소에 대한 북한 방송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애매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김정일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끝까지 일하다 죽은 것처럼 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인민들과의 유대성을 현지지도를 통해 부각을 하고, 그 이유로 사망을 했다는 하나의 영웅신화를 남기기 위한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여권 고위 관계자들은 북한 발표와 다른 정보분석이 자칫 북한을 자극할까 조심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