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빛 천을 두른 시신 주위에는 붉은 김정일화(花)가 만개했다. 37년간 북한을 철권 통치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은 ‘불멸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김정일화 사이에 오롯이 누워 있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0일 오후 3시쯤 이 같은 모습의 김정일 시신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김정일의 시신은 인민복 차림으로, 머리 쪽에는 베개를 벴다. 김정일 시신이 김일성처럼 방부 처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일본 잡지 주간문춘이 북한 사정에 밝은 인사의 말을 인용, “김정일이 유훈 중 하나로 자신의 시신을 영구보존토록 했다”고 전한 점 등으로 미루어 김정일 시신도 영구 보존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영구 보존작업 하나
조선중앙TV가 김일성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전한 1994년 7월 이후, 김일성 시신은 17년째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 온전히 보존돼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 등에 따르면, 김일성 시신은 레닌의 시신 영구 보존작업을 수행한 러시아 ‘생물구조연구센터’에서 ‘엠바밍(embalming)’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방부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기관은 김일성과 레닌뿐 아니라 호찌민·마오쩌둥의 시신도 영구보존처리하는 등 시신 방부처리에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연구기관에서는 시신을 ▲발삼향의 액체가 담긴 수조에 넣고 나서 그 향액을 삼투압을 이용, 피부로 삼투시키고 ▲뇌와 안구, 내장 등은 빼내 젤 상태의 발삼액을 시신 내에 채워 넣은 다음 ▲피부가 건조되도록 몇 시간 공기에 노출한다. 그리고 ▲발삼향액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노출 부분을 미라처럼 가죽 포대로 감고 ▲얼굴에 화장을 시키는 등 치장하는 방법으로 시신을 영구보존한다.
일단 시신 영구보존 처리 과정이 끝난 다음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시신을 주 2회 관(棺)에서 꺼내 방부제를 얼굴과 손 등의 노출부위에 발라야 한다. 또 2~3년에 한 번 정도는 발삼향액 수조에 한 달가량 담가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은 10번째 사회주의국가 지도자 미라
김정일 시신이 영구 보존된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이는 사회주의국가 지도자 중 10번째 미라가 된다.
앞서 사회주의국가 지도자 중 영구 보존된 시신은 ▲구소련의 레닌(1924년) ▲불가리아의 디미트로프(1949년) ▲구소련의 스탈린(1953년) ▲구 체코슬로바키아의 고트발트(1953년) ▲베트남의 호치민(1969년) ▲앙골라의 네트(1979년) ▲가이아나의 바남(1985년) ▲중국 마오쩌둥(1976년) ▲북한 김일성(1994년) 등 총 9구다. 이 중 김정일 시신은 아버지인 김일성에 이어 두 번째 북한 지도자 영구 보존 시신이다.
◆김일성·김정일 시신 관리비만 연간 18억원
김일성의 시신을 영구보존하는 과정엔 100만 달러(11억6000만원)가 들었으며, 지속적 관리에도 연간 80만 달러(9억3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전해진다. 이번에 김정일 시신 관리까지 더해지면서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시신 보존을 위한 관리비에만 연간 최소 18억6000만원 정도를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김정일의 지시로 김일성이 생존했을 당시 사용한 집무실 ‘금수산의사당’을 현재 시신이 보관된 ‘금수산기념궁전’으로 개조하면서 8억 달러(9300억원)를 쓰기도 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고(故)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이 금수산기념궁전 성역화에 이 같이 엄청난 돈을 들이지 않았다면 (1990년대 중반 아사 시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굶어 죽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