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객 돈을 뺏으려고 한다는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국내 유일의 합법 스포츠 베팅 회사인 스포츠토토(체육복표)엔 '오즈 메이커(Odds Maker)' 8명이 있다. 특정 경기의 승산을 확률로 계산해 배당률을 정하는 사람들이다.
스포츠 베팅은 크게 토토와 프로토로 나뉜다. 토토는 고정환급률 방식. 전체 베팅 금액이 1억원이라면 절반인 5000만원을 적중자(결과를 맞힌 참가자)의 수로 나눠 돌려준다. 오즈 메이커가 관여하는 게임은 배당률 방식인 프로토이다. 참가자는 오즈 메이커가 정한 배당률을 보고 베팅 종목을 고른다. 프로토 역시 법적으로 전체 베팅 금액의 50~70%가 적중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스포츠 토토의 이일호 오즈 운영팀장은 "베팅금액의 60%를 고객에게 돌려 드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스포츠 토토는 사업 목적에 따라 매년 전체 판매금액의 30% 이상을 체육진흥기금(경기 단체 지원금 포함)으로 내야 한다. 전체 판매액의 60% 정도는 고객 환급분이다. 스포츠 토토는 판매금액의 5% 안팎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따라서 이 회사의 오즈 메이커들은 합리적인 배당률을 통해 고객의 돈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주 업무다.
외국은 베팅회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해 서로 눈치를 보고, 오히려 비과학적으로 배당률을 정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한국 스포츠 토토의 오즈 메이커들은 경기 데이터와 관련 기사들을 수집하고, 장기적인 베팅 흐름을 분석해 배당률을 정한다. 이들 역시 '뻔한 결과'나 '대이변'은 바라지 않는다.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해외 축구 카페에서 활동하다 오즈 메이커로 입사했다는 최유송 대리는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도중에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경기 결과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오즈 메이커들은 기본적으로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생화학을 전공했다는 예민혁씨는 박찬호의 일본 프로야구 첫 등판 경기를 보러 올해 자비로 일본에 다녀왔다. 그는 "곧 이대호(오릭스) 경기를 포함한 일본 프로야구 상품도 나온다"고 말했다.
사실 게임 참가자의 입장에선 오즈 메이커가 정한 배당률과 상관없이 소신을 가지고 베팅하면 된다. 좋아하는 팀에 적당히 돈(최소 100원~10만원 한도)을 걸고 재미있게 경기를 즐기는 것이 가장 건전하다.
이 팀장은 "아직도 돈을 잃으면 회사에 항의 전화를 걸어 '오즈 메이커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오려 다트판으로 쓰겠다'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우린 승률을 예측할 뿐이지 실제로 맞힐 확률은 일반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