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파운드(약 900억원)의 사나이'가 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월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대 최고 이적료(5000만파운드) 기록을 세우며 첼시로 옮긴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27·스페인)가 퇴출설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5일 "토레스의 소속팀 첼시가 내년 1월 겨울 이적시장에 그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푸른색 유니폼을 벗으면 좀 나아질까. 페르난도 토레스가 올해 2월 첼시로 이적한 뒤 극심한 골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토레스가 지난 9월 열린 발렌시아(스페인)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E조 원정 2차전에서 득점 찬스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토레스는 어릴 때부터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U-15(15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해 스페인의 각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뽑혔고, 17세 때 고향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입단했다.

토레스는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득점포로 스페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7년 리버풀로 이적한 이후로도 승승장구였다. 빠른 역습을 위주로 한 리버풀의 공격 전술은 그에게 딱 맞았다. 142경기 81골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 스트라이커로 꼽혔다. 잘 생긴 외모까지 갖춰 두 시즌(2008~2010) 연속 유니폼 판매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토레스를 영입하며 "그는 우리 팀의 염원인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한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라고 말했다. 첼시는 1905년 창단 이후 한번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토레스는 첼시 유니폼을 입자 골 넣는 법을 잊어버렸다. 2010~2011시즌 리버풀에서 9골(26경기)을 터뜨린 토레스는 시즌 도중 이적한 뒤 첼시에서 1골(18경기)에 그쳤다. 리버풀에서는 원톱으로 자유롭게 움직인 데 반해 첼시에선 디디에 드록바(코트디부아르)와 니콜라 아넬카(프랑스) 등 다른 공격수와 짝을 이뤄야 해 활동 반경이 좁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강점인 유연한 몸놀림과 감각적인 볼 터치가 사라졌다. 2009~2010시즌 한 경기 평균 3.6개씩 시도하던 슈팅 숫자가 절반(1.7회) 정도로 줄었다. 헤딩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측면 공격수들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주공격 루트로 삼는 첼시 전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토레스의 부진은 팀 성적과도 직결됐다.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탈락했고,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리그 우승을 내줬다.

팀 안팎에서 "토레스는 첼시에 맞지 않는다"는 비난이 거셌다. 토레스는 "첼시 선수들은 너무 늙고 느리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더욱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첼시는 토레스의 잠재력을 믿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올 시즌 초반 달라진 몸놀림을 보이던 토레스는 지난 9월 맨유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상대 골키퍼까지 제쳐 골문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 허공에 슛을 날린 것이다. 영국 언론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실수"라고 꼬집었다.

개막 후 8경기 2골·2도움으로 조금씩 살아나던 토레스는 다시 슬럼프에 빠졌다. 한 수 아래 팀인 겡크(벨기에)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2골·1도움)를 제외한 8경기에서 단 한 개의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현재 토레스는 드록바와 신예 공격수 대니얼 스터리지(잉글랜드)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가장 비싼 벤치 멤버'로 전락한 상태다. 첼시는 그를 데려오면서 썼던 이적료의 절반도 안 되는 2000만파운드(약 360억원)만 받아도 그를 내보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