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일본배우 오다기리 죠가 영화 '마이 웨이'(강제규 감독)에서 본인의 연기에 대해 '부족하다'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극중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제 2의 손기정을 꿈꾸는 조선청년 김준식(장동건)과 운명적 라이벌이었지만 적에서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 가는 일본청년인 하세가와 타츠오(오다기리 죠) 역을 맡은 오다기리죠는 일본, 소련, 노르망디를 거치며 겪는 여러 감정과 상황들을 이야기를 장대한 스케일 속에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15일 오전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오가기리죠는 하지만 본인의 연기력에 "많이 부족해 후회할 점 밖에 없었다"라며 함께 호흡을 맞춘 장동건, 김인권, 김희원 등 한국배우들의 연기를 호평해 눈길을 끌었다.
◇ 다음은 오다기리 죠와의 일문일답.
- 본인의 역할에 대한 연기 만족도는?
▲ 굉장히 낮은 편이다. 영화가 완성된 것은 엊그제 봤다. 보니 후회할 점 밖에 없었다. 영화 '아저씨'의 악당으로 나왔던 김희원, 장동건, 김인권 등 배우들은 뛰어났는데 내 연기는 불만족스럽다. 특히 노르망디 장면으로 바뀌면서 그간 칙칙했던 분위기가 그 부분에서 상쾌한 분위기로 전환되는데, 워낙 내 스타일에 해피(happy)와 잘 안어울려서 그런지 좀 어색하더라. 전반부는 썩 모습이 좋지 않은 일본 병사로 나오는데, 그 부분이 잘 맞는거 같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보통 사람과 가까운 역을 해야 하는데 사람 자체가 그런것에 안 어울려서 그런지 그런 것에 어색했다.
-반면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블록버스터들을 안 좋아해서 그 동안 전쟁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평가를 못하겠다.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배우들끼리 캐릭터 등을 검토하는데 4시간이 걸렸다. 이번 영화는 전투신이 많아 사실 연기 분량이 적어진 게 좀 아쉽다.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그런 부분이 있었지만, 이 영화는 전쟁영화고 그런 면에서는 전체적으로 만족한다.
-본인의 취향이 아님에도 그럼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한국이라 좋았다. 만약 이런 영화가 일본에서 제의가 왔다면 안 했을 것이다. 워낙 한국에 호의적이고 영화를 찍으면 한국에서 8개월 정도 지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좋지 않을까 했다. 또, 이런 영화를 찍을 기회가 내 나이로 봤을 때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 극 초반 한국인을 괴롭하는 일본인 군인이다. 이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 이것은 일본에서 작품을 선택할 때도 해당되는 말인데, 관객이나 팬들이 봤을 때 '저런 나쁜!'이란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다. 역할을 선택할 때는 전적으로 내 의지로 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부분에 신경을 안 쓴다.
-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나?
▲ 체력적으로는 나 뿐 아니라 출연 배우들 모두 고생해서 나 혼자 힘들었다고 말할 순 없다. 마라톤 선수로 나와 마라톤 연습을 했다. 그 부분이 체력을 보강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됐다. 특별히 부상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는?
▲ 시베리아 촬영지가 국유지였는데, 그 때 감독님이 나무를 하나 잘라야 한다고 부탁을 했다. 국유지라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일본이면 어렵지 않을까) 결국 잘랐다.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까 허락해줬구나란 생각과 한국이란 나라는 영화에 관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 그간 영화에서 정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반대다.
▲ 이번 영화를 보면 장동건(준석 역)은 참는 역할이다. 거기에 반해 내가 맡은 역할은 발산하는 입장이라 오히려 동건 씨가 그런 연기를 하니까 내 캐릭터와 균형이 맞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메종 도 히미코' 같은 연기가 개인적으로는 더 편하다.
- 장동건과 서로 어떤 호칭으로 부르나? 장동건 등 한국 배우들의 일본어 실력은 어떤가?
▲ 장동건이 날 부르는 호칭은 '오다기리 상'이다. 일본어로 연기하는 부분은 한국 배우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한국어로 다 연기를 하라면 못했을 거다. 일본어 연기 자체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 당시 설정은 일본어를 한국인이 강요에 의해 배웠던 거니까 사실 조금 어색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배우들 본인들이 정말 완벽한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장동건의 경우는 일본어가 그 정도 레벨이면 충분히 이해 되는데도 몇번이나 물어보고 고쳐 연기를 하더라. 그런 부분에서 놀랐다. 정말 한국배우들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
- 한국에서 오래 체류했는데, 음식 같은 부분에 어려웠던 것은 없었나?
▲ 먹는 것은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 향수병은 전혀 없었다. 브라질에서 3개월, 중국에서 6개월 정도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한국이라 좋았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괜찮았다.
- 장동건과 한일 양국의 톱스타와 배우와 결혼했다는 점, 아들을 두고 있는 등 여러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잘 통하는 면이 있다면?
▲ 사실 어제로 같이 술먹으러 갔는데 무슨 얘기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웃음). 장동건이 다음에 일본 TV에도 나오고 동반 광고 출연도 계획돼 있는데, 동건 씨 보고 있으면 진짜로 훌륭한 사람이다란 생각이 든다. 보고있으면 완벽하고 아름다운 사람같다. 그에 비해 나는 더럽고 나쁜 사람같다. 그림의 떡 같은 느낌이 든다. (장동건과 대화할 때는 일본어로 하나?) 둘만 있을 때는 영어를 많이 쓰고 때때로 일본어도 쓴다. 대체로 통역이 옆에 있다.
- '마이웨이'가 글로벌 프로젝트라 여러 나라에서 개봉한다. 각국마다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관점이 다를 수 있는데,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어떨지 걱정되거나 하는 부분은 없나?
▲ 한국에서도 전쟁영화를 찍을 때 한국인을 나쁘게 그리지는 않지 않나,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사람들이 물론 일본 군인들이 (전쟁 당시) 했던 것을 알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을 거다. 영화에서 나쁜 일본인으로 나오니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나도 흥미롭다. 재미있을 것 같다.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일본 사람들이 그런 타입의 일본 병사가 있었던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걸로 불만을 갖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왜 그런 역을 왜 하필 오다기리 상이 했냐는 질문은 할 것도 같다.
-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를 한다. 변신과 변화에 대한 자신만의 의지를 가지고 있나?
▲ 장동건이나 톰 크루즈 분은 '향상심'이 있는데 저는 사실 별로 그런 게 없는 인간이다. 변신하고 싶다거나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없다.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 황군에 대한 일본인에 대한 생각은 영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 일본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황군을 비하했다고 생각할 수 있고, 한국에서도 일본을 찬양하는 영화라는 일부 지적이 있다. 이런 민감한 사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물론 말씀하신 것 처럼 한일간의 미묘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은 사실인데 반응은 나쁜 반응도 있을 수 있고 좋을 수도 있다. 만드는 사람은 만들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반응이 있다는 것 자체는 좋은 것이다. 강제규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모르지만 제 생각은 그렇다. 역으로 다시한 번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일괄적으로 한 의견만 나오는 영화는 별로 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 오랜시간 배우로 살아왔는데 배우로서의 목표를 얼만큼 이뤘다고 생각하나, 또 나이가 들면 어떤 식으로 발전할 것인지, 배우로서의 본인의 목표를 말해달라.
▲ 일단 '유레루'란 작품이 있는데 큰 작품은 아니다. 그 영화는 인간 묘사를 통찰력 있게 했다. 일본에서도 단관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늘어났다. 당시 돈이 없어서 제작진이 여러 아이디어를 내서 영화를 만들고, 나도 연기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걸고 했던 작품이다. 그런 스태프들과 현장, 그런 영화를 만드는 상황들이 내가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때 꿈꿔온 것이다. 그렇기에 '유레루'를 찍을 때 소정의 꿈은 달성을 했다. 40~50대가 되더라도 그런 이상을 갖고 있고 그렇게 갈 것이다. 하지만 40~50대가 될 때까지 연기를 할 지는 모르겠다. 배우라고 하면 한 마디로 내가(스스로) 좋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영화가 좋다.
- 항상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패션과 헤어스타일로 팬들을 놀라게 한다. 본인의 패션 철학에 대해 말해달라
▲ 그런 것(패션)에 대한 인식은 중학생 때부터엿던 것 같다. 머리와 복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것이 내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다. 한 눈에 '이런 풍의 사람이구나'란 것을 느끼지 않나. 하나의 표현방법으로 어릴 때부터 그런 인식을 했다. 20살 정도일 때 흑인들이 하는 디스코 머리를 하고 사무실에 갔었다. 그 머리로는 아무 곳에서도 일할 수 없다고 말하더라. 그 날로 그 사무실을 그만둔 기억이 있다. 본인 개성을 죽이는 그런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 일상이 묻어나지 않는 배우란 평이 있을 정도로 신비한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는 어떤 남편이고 어떤 아빠인가?
▲ 사실 아기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서 많이 접촉한 시간이 없었다. 그나마 좀 아이가 알아보고 웃어주는 시간이 요즘이다. 아내는 육아 때문에 힘들다. 아내는 아기 중심이고 난 일을 하고 패턴이 다르다. 육아에 도움을 주고 싶은데, 그런 점에서 힘들다. 일하러 나왔을 때 자주 전화를 걸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좋은 남편이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힘들다.
- 강제규 감독 외에도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이 있다면?
▲ 김기덕 감독과 다시한 번 하고 싶다. 김기덕 감독은 워낙 좋아했고 그 분이 작업하는 방식이 좋고, 얘기가 잘 통한다.
- 앞으로도 블록버스터를 할 의향이 있나?
▲ 블록버스터에는 솔직히 흥미가 없다.
한편, '마이웨이'는 장동건, 오다기리 죠, 판빙빙 등 한중일 대표 배우에 연기파 배우 김인권, 김희원 등까지 가세해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