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회장 유필우)가 제6회 '인천사회복지상' 수상자를 정해 14일 시상식을 가졌다.

이 상은 인천지역의 사회복지 분야에서 본받을 만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를 찾아 주는 것이다.

부문별 수상자는 사회복지 주석범(56) 한국지앰 한마음재단 사무총장, 시민사회공헌 권병우(43) 남인천우체국 집배원, 자원봉사 천주교 인천교구 가톨릭 운전기사 사도회, 기업사회공헌 진성토건, 행정 선수경(48) 중구청 지방사회복지 주무관, 청소년 전현배(18) 진산고교 학생 등이다. 그리고 전체 대상은 노숙인 쉼터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544-6330)이 차지했다. 1998년 이 노숙인 쉼터를 만들어 지금껏 운영 중인 계산동 해인교회 이준모(46) 목사를 만났다.

이준모 목사는 노숙자 정책이 단순히 먹여주고 재워주는 차원을 넘어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새 13년이 됐네요. 상을 주시니 지난 시간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할 뿐이죠."

경인여대 근처에 있는 '내일을 여는 집'은 지상 2층 지하 1층짜리 다세대주택이다. 13개의 방이 있는 이 집에는 지금 45명(남자 35명, 여자 10명)이 살고 있다. 이 집이 아니었으면 그냥 거리에서 밤을 세워야 하는 노숙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이 집에 무료로 살면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해인교회에는 이들에게 취업을 알선해 주는 전담직원이 있고, 10대의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있다. 교회 식당에서는 식사도 무료로 제공해 준다.

"구제금융(IMF) 사태 때였죠. 노숙자들이 갑자기 많아지는데….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목사는 처음에 자신의 교회 일부를 상담실로 바꿔 이 집을 열었다. 다행히 인천시가 이를 노숙인 쉼터로 지정해 운영비 일부를 지원했고, 주위의 도움도 있어 곧 이곳 다세대주택을 임대해 쓸 수 있게 됐다. 그 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사람이 1500여명. 그들은 사연도 많았다.

남편이 진 빚 때문에 집에서 두 아이와 함께 쫓겨나온 뒤 갈 곳이 없자 24시간 운영하는 사우나탕에서 보름을 지내다 들켜 또 쫓겨난 여인, 직장을 잃고 빚에 몰려 계양산에 굴을 파고 어린 딸과 함께 도망쳐 와서 살던 아버지, 이곳 쉼터에서 지내며 포장마차로 돈을 모아 음식점을 차렸지만 장사가 안 되자 술만 마시다 산에서 죽은 남자, 남편의 학대에 임신한 몸으로 집을 나온 중국 여인….

반면 이곳에 살면서 일자리를 찾아 자립해 나간 사람이 많고, 야간대학까지 다녀 사회복지사가 된 사람도 있다.

몇 년 전 이 다세대주택 주인이 집을 팔았을 때는 어느 곳에서도 노숙인들에게 집을 내주겠다는 사람이 없어 오갈 데가 없게 된 일도 있었다. 결국 이 집을 산 사람에게 통사정을 해 웃돈까지 주고 다시 이 집을 사서 지금껏 쓰고 있다. 집을 사는 돈은 해인교회가 마련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어요. 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LH공사 등이 예산이나 행정 지원을 많이 해주는 민관 협력 체계죠."

이 목사와 10여명의 직원들은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직접 거리에 나가 노숙자들과 상담을 하고, 이 쉼터를 알려준다. 그중 자활 의지가 보이는 사람에게는 이곳 대신 여인숙이나 쪽방 등을 구해주고 3개월치 방세를 내주며 직장을 찾아보도록 돕기도 한다. 이 쉼터에서 운영 중인 두 곳의 사회적기업(재활용센터와 농수산물 운송 회사)에 취직하는 사람도 있다. 일용직으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어쨌든 이를 모두 따지면 취업률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쉼터는 아침 8시에 문을 닫았다가 저녁 6시에 다시 연다. 낮시간에 이곳에 있으면 게을러질 수 있기 때문에 나가서 일자리를 알아보라는 뜻이다.

"노숙인 시설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동네 청소도 해주고, 집 근처에서 담배도 못 피게 하고, 푸드뱅크를 통해 들어오는 음식을 주위에 나눠주기도 해요. 그래도 다른 곳에 또 이런 시설 만들려면 주위 반대로 어려울 거예요."

이 목사는 시나 정부가 이제는 정책 차원에서 자활 의지가 있는 노숙인들을 도울 수 있도록 '그룹 홈' 같은 곳을 몇 곳씩 두고 관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요즘 복지 문제를 두고 논란이 많지만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평균 복지비용이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적잖아요.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도 많고요. 지금 이곳 쉼터도 체계를 갖춰간다고는 하지만 시설이 많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당장 꽉 차 있다는 게 문제예요. 노숙인 수에 비해 시설이 부족한 거죠. 특히 취업까지 연결해 줄 수 있는 시설이 많이 필요해요."

그는 그래도 이젠 더 좋아지고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노숙인을 위한 복지관을 만드는 게 꿈이어서 우리 교회가 몇 년 전부터 그를 위한 헌금을 모으고 있어요. '2012 비전 헌금'이라고…. 이젠 꽤 모아서 내년부터는 사업을 시작하려고요. 한 5년 더 지나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매일 기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