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100% 아낌없이 믿는 단순한 성격이에요. 졸업 후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세상을 잘 몰랐달까. 그래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거죠. 제 탓이에요. 하지만 제 가치관이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대로예요. 천성은 변하지 않으니까."
10년 전 꼭 이맘때 황수정(39)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 후 6년여 연기 활동을 못하다 2007년 드라마 '소금인형'으로 복귀한 뒤 영화에 몇 편 출연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지난 4일 KBS 드라마스페셜 4부작 '아들을 위하여'를 통해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쾌활해 보였다. 불혹을 한 달 남겨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10년 전 드라마 '허준' 속의 맑고 고운 예진 아씨, 그 모습이기도 했다.
"사건 후 6년여 쉬는 동안 규칙적으로 살았어요. 밤 10시 반에 자고, 오전 6시쯤 일어났어요. 아침 먹고, 부모님 거들어 드리고, 운동하고, 영어 회화 과외수업 받고, 해지기 전에 귀가했죠. '좋은 딸이 되자' 마음먹고 집안일을 맡았는데, 해도 해도 티가 안 나는 거예요. 왜 주부 우울증이 생기는지 알겠더라고요."(웃음)
황수정은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쏟아지는 (사생활 관련) 루머와 기사들에 심신이 지쳤었다"며 "조급함은 내려놓고 충분히 쉬면서 스스로를 추스르려 애썼다"고 했다. "저는 저만 열심히 잘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매니저 없이 활동한 데다 침묵으로 일관했더니 루머가 더 불거지더라고요." 그는 "나는 거짓 없이 잘살았고 당당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시선에 개의치 않고 활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진실은 저와 신만 아는 거죠. 세상사 다 내 맘 같을 수 없으니,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 뿐이죠. 이제 와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설명할 타이밍도 아니고, 다들 살기 바쁜데 궁금하지도 않을 거고요." 그는 "팬들이 느꼈을 배신감은 이해가 간다"며 "개인적으로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평생 연기자로 살려면 팬들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했다.
평균 시청률 54%의 '허준' 속 '예진 아씨' 역할은 그에게 영광의 기록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연기 변신을 늘 꿈꾸지만, 예진 아씨같이 조용하고 단아한 모습을 기대하는 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라고 했다. "머리카락도 짧게 자르고, 스모키 화장도 해서 이미지를 확 바꿔보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출연 중인 '아들을 위하여'만 해도 대본에 '긴 생머리'라고 쓰여 있으니까. 대신 민낯에다 머리도 좀 헝클어트리고 흙탕물 묻혀서 최대한 극 중 역할인 북한 공작원처럼 보이려고 애써요."(웃음)
데뷔 16년차인 그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을 물었다. 갑자기 신이 나서 말했다. "안 해 본 게 정말 많죠. 밝고 씩씩하고 쾌활한 역할도 해보고 싶고, 2% 부족한 코믹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몸 개그도 불사할 자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