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당신들의 나라
바버라 애런라이크 지음|전미영 옮김
부키|296쪽 | 1만3800원
올 초 무모한 낙관주의에 경종을 울린 '긍정의 배신'으로 한국 독자와 만난 애런라이크는 전작(미국서 2009년 발간)인 '오! 당신들의 나라'에서 '1:99'의 땅, 미국 사회에 신랄한 독설과 풍자를 난사(亂射)한다. 원제 'This Land Is Their Land(이 땅은 그들의 땅)'은 미국 포크송 '이 땅은 너의 땅(This Land Is Your Land)'을 비튼 것이다.
애런라이크가 보는 미국은 "도대체 '경고신호'가 얼마나 더 울려야 우리는 정신을 차리게 될까?"라는 서문 구절에 압축돼 있다.
2006년 5월 60대 남성이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의 은행에서 '80달러'를 강탈한 후 경비원에게 넘겨주고는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법정에서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3년형을 선고해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다.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감옥에서 지내겠다는 말이다.
'1%'에 대한 분노는 이 책의 주요 관점. "20세기 초의 자본가들은 결코 성자가 아니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잘살아야 집과 자동차와 식기세척기를 구입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상류층에게 부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두가 함께'라는 사회의 기풍이 어느새 '가질 수 있을 때 가져라'로 변질됐다"(12쪽). 그 결과 CEO와 기업의 서열 3위의 임금격차는 40년 만에 3배 이상 벌어졌다. 돈 없는 사람은 주택·차량 대출금 이자, 자동차 보험료를 중산층보다 더 내야 한다. "미국에서 의료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거나 자격요건이 안 되어 매년 1만8000명이 사망한다. 9·11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여섯 배에 달하는 수다. 사담 후세인은 1만 8000명의 미국인을 죽이지 않았다."(181쪽) "1년 정도 군생활을 한 후 전선에 배치된 군인의 한 해 수입은 극장 수위나 건널목지기와 비슷한 수준"(81쪽)이다. 저지방식단 역시 공격대상에서 빠지지 않는다. '저지방=미덕, 지방=하층민의 방종'으로 연결시키는 도그마 탓에서 저소득층이면서 비만인 사람들은 까닭없는 수치심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
애런라이크는 "자기가 고용한 직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며 푸드뱅크를 오가고 있는데도 수억 달러의 연봉을 챙기는 CEO는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 해고된 사람의 3분의 1만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을 방관하는 의회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 밖의 나머지 사람들은 당당히 고개를 들자"(91쪽)고 말한다.
애런라이크의 독설은 중산층의 몰락, 트럭 운전사 등 노동현장, 무분별한 아웃소싱, 불법이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근거없는 혐오, '암보다 무서운 의료제도', 성(性), 긍정신학에 이르기까지 거침이 없다.
그 방식은 이렇다. "예전에 돈을 벌기 위해 일했는데 지금은 돈을 '갚기' 위해 일한다" "하지만 졸업생 여러분, 파티를 계속하시라. 이것이 여러분의 마지막 파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애런라이크는 맺음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빈곤층 및 한때 중산층이었던 누보 푸어(Nouveau Poor·신빈곤층)가 이제는 우리 사회의 다수파가 되었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할 날도 머지않았다." 최근 월가와 미 의회를 휩쓰는 분노의 물결에 대한 2년 전의 예언이었던 셈이다. '1%에 대한 공격'은 시원하다.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역시 풍자는 풍자일 뿐. "우리가 노력한다면 미국의 잃어버린 영광을, 무질서하게 뻗어나간 도시와 담장들이 세워지기 이전에 이 땅이 지녔던 아름다움과 한때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존중을 회복할 수 있을 것"(15쪽)이라는 식의 막연한 '낙관주의'는 시원한 풍자와 대비되면서 더욱 허무하다. 왜 냉소적 방관자가 믿음직한 정책가가 되지 못하는가를 증명하는 결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