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의 원로 주먹인 조창조(73)씨의 생일잔치가 조직폭력배 수십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구에서 8일 열렸다. 경찰은 지난 10월 인천 장례식장 난동 사건 이후 조직폭력배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열린 행사여서 이날 은밀하게 동향 파악에 나서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조씨의 생일잔치는 이날 낮 12시쯤부터 오후 3시까지 대구 폭력조직 원대동파 두목 출신이 운영하는 대구 북구의 한 오리요리집에서 점심식사를 겸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50대 이상 조직폭력배 40∼50여명이 참석했다. 대구 동성로파·향촌동파 등을 비롯해 대구 인근 경북 포항시, 경남 마산시 등지의 폭력조직 두목과 고문 등 '원로급' 폭력배들이 참석했다. 경찰은 "국내 조직폭력계에서 이름난 조씨의 생일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축하하는 분위기였다"며 "케이크 커팅에 이어 포항 과메기, 삼겹살 등 음식과 술을 나눠 먹는 조출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쯤 대구 수성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모였다가 40여분 거리에 있는 오리요리집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식사 후 다시 이 호텔 커피숍에 들러 잠시 머문 뒤 흩어졌다.

호텔 관계자는 "검은색 양복에 버버리코트를 입은 10여명이 들어와 테이블을 붙여 20여분간 커피를 마신 뒤 최고급 외제승용차 4대에 나눠 타고 호텔을 떠났다"며 "한가운데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주인공처럼 보였고, 나머지는 50~60대로 노인을 깍듯하게 모시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맨손싸움 1인자'로 불리는 조창조씨가 탄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8일 대구의 한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깊이 허리숙여 인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수사기관의 조직폭력배 단속이 심화된 데다 이날 오전 '범서방파' 두목 출신인 김태촌씨가 대구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조양은(양은이파), 이강환(부산 칠성파) 등 '거물급'은 참석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폭력배들이 아니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향 파악만 했다"고 말했다.

조창조씨는 시라소니(이성순) 이후 맨손 싸움의 1인자라는 말을 듣던 사람이다. 평양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대구로 이사해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대구가 실질적 고향이 됐다. 서울 염천시장 일대를 장악한 뒤 무교동의 호남 출신 폭력배들의 후견인 노릇을 해 왔다. 1975년 1월 2일 조양은씨를 주축으로 한 신진 호남 세력이 사보이호텔에 있던 신상사파를 기습한 사보이호텔 사건 때는 조양은씨의 뒤를 봐준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대선 때 노태우 후보의 사조직인 태림회에서 활동했다. 1991년 경북 김천관광호텔 살인 사건 배후로 지목돼 안동교도소에서 8년간 복역했다.

주먹계의 '원로' 대접을 받고 있어 2007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칠순 잔치에는 전국 주먹 2000여명이 하객으로 몰렸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대륜고 3년 선배이고, 유도·씨름 등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와 친해졌다. 현재는 서울에서 건설업 등에 관여하고 있으며, 대구 수성구에 있는 집에 한달에 한두 차례 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