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57·사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7일 전격 경질됐다.

박태하 대표팀 코치는 이날 "조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다고 알려왔다"며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작년 7월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대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왔다. 18개월 동안 대표팀을 맡아 12승6무3패의 전적을 남겼다.

조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현재 진행 중인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3승1무1패(승점10)로 조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경기력 문제로 일부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특히 지난 11월 15일 레바논전에서 월드컵 3차 예선 사상 처음으로 패배를 당하며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내년 2월 29일 예선 최종전인 쿠웨이트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최악의 경우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 이원재 홍보부장은 이날 밤 "대표팀의 3차 예선 성적을 놓고 최근 기술위원회(위원장 황보관)에서 조 감독이 과연 최종 예선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시아를 잘 아는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하지만 경질에 대한 통보는 직접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이날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축구계 인사들은 이미 조 감독 경질에 대한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지난 5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풋살 경기장 개장 기념식에 참석한 조중연 축구협회 회장과 노흥섭·김재한·이회택 부회장 등 협회 회장단이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월드컵 본선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조 감독 경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질은 대표팀 감독 인선을 관장하는 기술위원회를 거치지 않아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운영 규정 11조에는 '각급 대표단의 감독은 기술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고 되어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황보관 위원장 부임 이후 아직 새로운 기술위원들이 선임되지 않았다"며 "감독 거취에 대한 회의도 소집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후임 감독으로는 한국 대표팀에서 비디오 분석관을 거쳐 코치까지 지낸 압신 고트비 시미즈 S펄스 감독을 비롯해 올 시즌 전북의 우승을 이끈 최강희 감독,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