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손찬익 기자] '빅보이' 이대호(29, 오릭스)는 등번호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6일 부산 웨스틴 조선비치 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만난 이대호의 유니폼에는 영문명 'D.H.LEE'만  적혀 있었다. 그는 "아직 등번호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10번 또는 52번을 달고 싶다"고 했다. 롯데 시절부터 10번을 사용하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던 그가 52번을 원하는 무엇일까.

그는 "할머니의 존함(오분이)에서 오(5)와 이(2)를 합친 52번을 달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헤어진 이대호는 할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손자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이대호의 할머니는 부산 수영 팔도시장에서 된장장사를 하면서 이대호를 키웠다.

언제나 '우리 야구선수, 우리 야구선수'라고 손자를 끔찍하게 아꼈다. 하지만 할머니는 손자의 성공을 지켜보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다. 이대호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영정 앞에 앉아 최고의 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못다한 효도를 하기 위해 해마다 독거 노인을 위한 봉사 활동에 나선다. 단순히 성금이나 물품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연탄을 나눠주고 양로원을 방문해 치매 노인들을 대상으로 목욕 봉사에 나선다.

52번은 아롬 발디리스(내야수)의 몫이기에 이대호가 달게 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할머니를 위해 뛰겠다는 이대호의 애틋한 효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비록 52번을 달지 못하더라도 그의 가슴 한 켠에는 할머니를 위한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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