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형보다 제가 낫죠.(웃음)" (박유환) "유환이 연기가 저보다 자연스러워요. 그래도 감정 연기는 저를 따라오려면 멀었죠. 하하." (박유천)
'반짝반짝 빛나는'에 이어 현재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알츠하이머를 앓는 여주인공의 동생으로 나오는 데뷔 9개월차 신인 박유환(20). 그는 아이돌 그룹 JYJ 멤버이자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의 주인공 박유천(25)의 친동생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탄현 SBS 드라마센터에서 박유환을 만났다. 미국 하와이에서 화보 촬영 중인 박유천도 전화로 인터뷰했다.
"형은 나에게 아빠 같은 존재"라는 유환과 "동생이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유천. 견고하다 못해 애틋한 두 사람의 형제애에는 이유가 있었다. 1998년 미국 이민 후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과 부모님의 이혼이 어린 형제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준 것. 특히 동생 유환은 의지하던 형이 가수 활동을 위해 한국으로 떠나자 방황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혼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날 두고 떠난 형을 많이 원망했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뭔가를 실행에 옮길 자신도 없었어요. '공부해서 뭘 얻겠어'라는 생각에 학교도 안 다녔어요, 고등학교를."
그런 유환에게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형이 '성균관 스캔들' 촬영을 앞두고 연기 수업을 받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동행했다가 자신까지도 연기에 빠지게 된 것. 유환은 "연기는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되찾게 해줬다"며 "태어나 처음으로 갖게 된 꿈"이라고 했다. 형 유천은 "연기는 어둡고 의욕 없이 지냈던 유환이를 굉장히 밝게 만들었다"고 했다. "술 한 잔 같이하자고 아무리 말해도 대꾸도 않더니 이제는 동생이 먼저 포장마차 가자고 할 정도예요." 유환은 '천일의 약속'에서 치료를 거부하는 누나를 부여잡고 울음을 토해내고, 애써 슬픔을 억누르며 누나를 다독이는 절절한 눈물 연기를 보여 호평받고 있다. 유환은 이 예사롭지 않은 감정 연기의 원천이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이라고 했다. "형이 데뷔하고 잠시 미국 집에 다니러 왔을 때 잠든 형을 바라보는데 또 떨어져야 한다는 게 서러워서 울음을 멈출 수 없었어요.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슬픔이 올라와요." 그는 "극 중 누나에 대한 감정이 내가 형한테 느끼는 그것과 비슷하다"며 "형이 알츠하이머 환자라고 상상하면서 감정에 몰입한다"고 했다.
유환은 대본 리딩 때마다 김수현 작가에게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 꼼꼼히 물어 받아 적고, 발음 교정을 위해 매일 30분 이상 소리 내 책을 읽는다고 했다. 형은 이런 동생이 대견하면서도 걱정스럽다. "캐릭터 연구하다 밤을 새우기 예사예요. 아직 초반이니 자신감을 갖고 여유롭게 하라고 아무리 일러도 매사에 지나치게 공을 들여 걱정이에요. 다행인 건 그래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자기관리가 투철하다는 거죠."
유환이 요새 즐겨 읽는 책은 배우 마이클 케인의 '명배우의 연기수업'이다. "'연기 말고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장 연기를 때려치우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저는 연기 말고 다른 건 모르니 그만둬야 할 일도 없죠." 형 유천이 말했다. "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활동했었지만 유환이는 돈벌이에 대한 의무감을 벗고 자유롭게 연기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