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곳곳에서 가동되고 있거나 새로 추진하는 '님비 시설'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거액의 예산을 들인 생활 폐기물 처리시설은 가동 초기부터 설계보다 성능이 뒤떨어져 애물단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양에서는 환경 에너지 시설(쓰레기 소각장)이, 의정부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시설이 말썽을 부리고 있다. 또 포천에서는 광역화장장, 파주에서는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고양 일산 소각장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 있는 일산 소각장은 최근 소각로 2기 모두 20일 가까이 가동을 멈춰야 했다. 작년 3월 가동을 시작할 때부터 성능 미달 논란이 계속돼 눈총을 받고 있는 마당에 이번에는 1호기가 다이옥신 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1호기는 지난달 15일부터 가동을 멈췄고, 2호기도 곧이어 정기 보수에 들어갔다. 6일부터 다시 쓰레기를 반입해 가동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고양시 지역에서 발생한 생활 쓰레기는 수도권 매립지로 보내 처리했다.

1126억원을 들여 건설한 고양시 환경 에너지 시설(소각장). 작년 3월 가동을 시작했으나 여전히 성능이 설계기준에 미달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일산 소각장은 1126억원을 들여 열분해융합방식이라는 신기술을 도입해 건설됐다. 하루 300t을 처리하도록 설계됐으나 실제 처리 능력은 230t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립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고 전기요금 등 운영경비도 예상보다 많다. 시공사(포스코건설)와 위탁운영업체(한국환경관리공단)가 서로 운전 미숙, 시공 결함을 주장하고 있다. 고양시 안명렬 환경에너지시설팀장은 "포스코건설과 환경관리공단이 내년 3월까지 보완할 예정이며, 4월 한달 동안 100% 성능을 달성하지 못하면 소각장 철거와 재시공 요구 등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의정부 음식물 처리시설

의정부시가 121억원을 들여 자일동 환경자원센터 안에 하루 처리용량 90t 규모로 건립해 7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30t 용량의 저류조 3개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35일 동안 탈수, 발효, 건조를 거쳐 퇴비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가동 초기부터 악취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퇴비 생산량도 시설 기준인 하루 6.9t에 미치지 못했다. 여름철에는 악취오염도가 기준치의 6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으며, 기온이 낮아지면서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성능 미달은 시설용량 초과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100~120t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생물이 제대로 발효하지 못하고, 퇴비도 정상 물량이 생산되지 않아 냄새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하루 90t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민간업체에 위탁 처리하고 있다. 앞으로 퇴비 생산량이 정상에 미달하면 기계 결함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포천 광역화장장

포천시는 화장로 10기와 봉안시설, 편의시설 등을 갖춘 광역화장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첫 관문인 후보지 선정을 위해 주민들로부터 유치 신청을 받았다. 지난 8월 영북면 야미1리를 우선협상대상지로 선정했고, 찬성측 주민 기구는 지난달 23일 유치협상 사업계획서를 포천시에 접수했다. 포천시는 앞으로 양주·남양주·구리 등 동북부지역 7개 자치단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화장장 입지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주민 30여명이 시청에서 6시간 남짓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포천시는 주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광역화장장의 우선협상마을 선정부터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천시는 앞으로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월 21일 파주읍사무소에서 열린 장흥문산복합화력발전소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주 복합화력발전소

SK그룹 계열사인 피엠피㈜는 파주시 파주읍 봉암리 일원 20만㎡에 '장흥문산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나섰다. 2014년 6월까지 1조1985억원을 들여 900㎿급 LNG발전소 2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파주시는 이곳이 우량농지로 파주시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데다 집중호우 시 문산·월롱 시가지의 침수를 막는 유수지의 역할을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철새 도래지에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주민들도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인근에는 이미 철도기지창·화물터미널·분뇨처리장 등 기피시설이 적지 않고 송전철탑 9개기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30개 리 이장으로 구성된 '발전소 건립 반대 대책위원회'도 구성해 지식경제부 등에 반대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