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평전
이성무 지음|글항아리|384쪽|1만8500원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한 저자는 미국에 청교도 정신과 프런티어 정신, 일본에 무사도(武士道)가 있다면 우리에겐 '선비정신'이 있다고 말한다.
선비들은 지주이자 관료요, 지식인으로서 조선의 정치 주체였고, 그들이 내세우는 여론정치도 사론(士論), 즉 선비들의 여론을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선비문화에도 명암(明暗)은 있다. 문약(文弱)한 것이 흠. "이 장점과 단점은 다 선비들의 몫"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
책은 여말선초(麗末鮮初)에서 당쟁과 세도정치까지 조선사 흐름 속에서 선비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다룬다. 일반적으로 상식으로 통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논리적 검증을 시도한다. 가령 '율곡의 10만양병설'에 대해 저자는 "여러모로 의심이 간다"고 말한다. 우선 율곡의 '율곡전서'에도, 유성룡의 '서애집'에도 없는 내용인데 후대에 가필되면서 정설화됐다는 것. 게다가 농업국가인 당시 조선의 국력으로는 10만 병력을 현실적으로 유지할 수 없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또 사육신의 단종 복위운동에 대해서도 저자는 "겉으로는 충·역 시비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권력투쟁의 한 방편"이라고 말한다. 그밖에 김종서의 됨됨이를 알아보고 혹독하게 훈련시킨 황희, '노비 출신 형조판서 반석평' '당쟁을 예언한 이준경' 등 선비들의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