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개구쟁이 같은 웃음과 장난끼 넘치는 눈빛.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내는 배우 이민기는 '4차원'이라는 별명보다는 훨씬 가진 게 많은 배우인 듯 했다.

유머러스한 말투에 언젠가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기대감을 주는 이민기는 주연 배우로서 자신의 어깨가 무거움을 알고 있었다. 마냥 장난스런 소년을 생각하면 오산. 영화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직업인 배우에 대해 천천히 곱씹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첫 로맨틱코미디 주연이에요. 원래 제 성향은 간지러운 걸 정말 싫어해요. 조구(극중 역할)는 나한텐 귀엽고 낯선 느낌이죠. 그런데 적어도 '오싹한 연애'(12월 1일 개봉)는 간지러운 장면이 없더라고요. 영화를 하면서 연애에 대해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영화를 찍고 나니 정말 연애한 것 같은 기분도 들더라고요. 앞으로 여성분 만나면 잘할 것 같습니다. 하하."

간지럽고 오글거리는 것을 싫어하는 남자. 그래도 이 달달한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니 "영화가 쭉 돌이켜보니 약간의 꺾임이 있는데 그게 좋더라. 굉장히 신선했다. 감독님이 입봉 작품이신데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더라"고 대답했다.

또 그는 20대가 할 수 있는 연기와 30대가 할 수 있는 연기에는 그래도 차이가 있다며 20대에 로맨틱코미디물을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신의 성향과는 잘 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싹한 연애'는 로맨스에 호러라는 장르가 섞여서 신선했다고. "굉장히 뻔한 장르인데도 잘 만들면 재기발랄한 작품이 되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독특하고 신선하고 그런 게 좋았어요."

손예진과의 호흡이 찰떡 궁합이다. 귀신을 보는 여자와 이런 여자를 함부로 사랑할 수 없는 남자의 사랑.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며 연애 초반의 설레임을 다시 느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민기가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하고 나서 연애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요. 물론 좋은 만남을 가졌던 적은 있는데, 진짜 연애를 한 적은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서 없는 것 같아요. 힘들어하고 싸우고 그랬다가 다시 좋아하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그러다 틀어지고 상처받고..연애하면서 느끼는 그런 감정들이 제겐 없었던 것 같어요. 다툼이 있으면 풀기 보다는 '좋아해도 아까울 시간에 싸울거면 왜 만나나' 이런 생각이었죠. 또 매번 작품할 때는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애하고 싶다란 생각이 안 들어요. 이상할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손예진 씨와 연애하는데 다른 현실의 여자한테 그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영화 '인셉션' 같지 않을까요? 작품 할 때는 옆구리가 시린 건 잘 모르겠어요."

손예진은 이민기가 이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가 되기도 했다. "손예진 씨가 하기로 확정됐다는 얘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예진 누나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고 너무 팬이 됐는데, 같이 연기할거란 생각은 못 했어요. 정말 좋았죠."

손예진에 대해서는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이번에 만나서 앞으로 내 연기에 영향을 미칠 사람"이라고 천천히 설명했다. "아 이런 생각,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게 해 준 배우에요. 촬영할 때는 제가 후배인데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연희 씨(극중 손예진 역할)라고 불렀어요. 영화를 마치고 나서야 누나라고 했죠. 한참 선배이신데도 제가 '연희씨라고 부르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흔쾌히 그렇게 해 주신 누나가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이상형은 없단다. "내가 원래 우유부단 하다"라는 이민기는 "사람이 무한한데 어떻게 하나의 이상형을 가질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손예진 누나가 너무 좋았고, '그해 여름'에서는 수애 씨,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윤은혜 씨가 너무 좋았어요. 너무 딱 하나 집어서 '이게 완벽해, 이상형이야! 이런 것이 과연 정말 가능할까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장면으로는 '공항 키스신'을 꼽았다. 왜냐? "정말 로맨틱코미디 같잖아요!" 아 잘돼서 좋다. 로맨틱코미디구나란 생각이 들게 하죠. 굉장히 따뜻하면서 저들이 조금의 질투도 나고..나도 저런 것(키스) 하고 싶다. 이런 생각 들어 좋던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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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