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경찰, 反월가 시위대 본거지 해산시켜 〈조선일보 2011년 11월 16일 A18면〉

월가 점령 시위는 지난 9월 17일 경제를 무너뜨리고도 합당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1% 경제·엘리트'의 탐욕을 비판하며 시작돼 내년 대통령·의회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라 한때 세계로 확산되며 이날로 60일째를 맞았다. 시위대는 "시위 개시 두 달을 기념해 오는 17일 '월가를 폐쇄하라(Shut down Wall Street)' 시위를 벌이겠다"고 지난 14일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뉴욕의 주코티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시위를 하던 월가 시위대가 지난 15일 뉴욕시 당국에 의해 강제 해산됐습니다. 뉴욕연방법원도 시위대가 더 이상 공원을 점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강제해산 이후에도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시위가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낳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월가 시위가 어떻게 시작되어 지금까지 흘러왔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월가 시위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나요

지난 7월 13일 캐나다의 한 시민단체가 발간하는 '애드버스터스'라는 잡지에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월가의 부조리와 탐욕을 비판하기 위해 9월 17일 월가에서 시위를 시작하자는 취지의 성명서였습니다. 이에 따라 당일 약 1000명의 사람들이 월가에 모여 '우리는 99%(We are the 99%)'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부는 월가 근방의 주코티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99%란 미국의 소득계층 중 최상위 1%를 제외한 모든 평범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시위의 발단이 소득의 양극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특히 금융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약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쏟아 부은 와중에도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챙긴 대형 금융회사의 CEO(최고경영자)들은 탐욕의 상징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위 참여계층은 실업자, 화이트칼라, 참전용사, 대학생, 노조 등으로 점차 다양화되었습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가에서 자본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목소리가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시위대는 이어 10월 15일을 '국제행동의 날'로 지정하여 시위를 전 세계로 파급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당일 유럽과 아시아 등 82개국 900여개 도시에서 유사한 형태의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다만 시위대의 요구조건은 나라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유럽은 재정위기로 인한 문제점들에 대해, 일본은 지난 3월 대지진에 따라 발생한 원전 사태에 대한 요구사항을 제시하기도 했죠. 우리나라는 '여의도를 점령하라'라는 구호 아래 두 차례 시위가 있었고, 저축은행 사태, 학자금대출 등의 문제에 대해 정부와 금융회사에 대책을 촉구하였습니다.

월가 시위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월가 시위는 짧은 기간에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금융자본의 탐욕, 높은 실업률 그리고 부실한 감독체계 등의 이슈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반향도 상당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득격차 또는 양극화 문제의 해결 없이는 건강한 경제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음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73년 이후 미국의 실질소득 추이를 살펴보면, 소득계층 상위 10%의 실질소득은 약 3배 증가한 반면 이하 계층의 실질소득은 10% 상승에 불과합니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 중산층의 실질소득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도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실업률은 9%에 이르고, 이들 실업자 중 대학 졸업자가 20%를 뛰어넘는다고 합니다. 최근 로버트 라이시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교수는 과거 미국 경제가 장기 호황을 보였던 1947년부터 1977년 중에는 소득의 불평등이 큰 폭으로 개선되었고, 이 기간 전후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따라서 월가 시위가 금융권의 탐욕에 의해 촉발되기는 하였으나 오히려 양극화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즉 소득 양극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 없이는 어느 국가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나아가 월가 시위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미국 경제는 자유로운 시장이 국가경제의 성장을 보장한다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경제철학에 의해 지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최근의 위기(시장실패)는 이러한 믿음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선진국의 세계화 전략과 맞물리면서 개발도상국들로부터도 승자독식주의라는 비판을 거세게 받아 왔는데, 이 또한 힘을 얻고 있는 모습입니다.

미국식 시장경제모델은 수정이 불가피한 분위기


이에 따라 반(反)시장적인 정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식 시장경제모델에 상당한 수정이 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장경제는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효율성과 성장을 이끄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에 지나친 반시장적 정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시장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 간 균형, 성장과 분배 정책 간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월가 시위는 금융회사의 공공성 또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금융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높은 진입 장벽을 허용해 주고 있는데도 자금중개·위험분산 등 공적인 기능보다는 자신의 수익만 추구하면서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의 상환능력을 감안하지 않는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영업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인식되면서 금융소비자보호가 핵심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EU, 호주 등에서는 이미 상당한 제도적 개혁이 있었고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중요 의제로 다루어질 정도로 국제적 사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요. 최근 우리나라도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월가 시위는 금융업에 있어 상업성과 공공성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은행들의 이익이 크게 생기면서 비난의 화살이 금융권에 쏠렸습니다. 중소기업·서민들을 도외시한 채 가계대출에 치중한다는 비난도 있고, 서민을 대상으로 고금리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에 치중하며 자영업자들에게 높은 가맹점 수수료를 징구한다는 비난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회사의 현실은 선진국 상황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진국 대형 금융회사의 높은 임금과 보너스 잔치, 높은 배당성향, 투기적 거래 등과 같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우리의 현실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지요. 월가시위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소득 불평등의 해소와 금융의 공공적 기능에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은 자원의 최적 배분을 위해서는 민간부문 또는 시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며, 정부의 시장개입은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1970년대 이후 밀튼 프리드먼을 비롯한 미국 시카고 대학 교수들(시카고 학파)이 이러한 경제이론들을 발전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실업과 빈부격차를 확대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퀴즈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에 맡겨야 자원 분배가 최적화된다고 강조하는 시카고학파의 경제철학을 OOOOO라고 부릅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1월 30일(수) 오후 5시 마감, 12월 2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스태그플레이션〉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
(강수린 김민수 김보람 김숙환 김승희 김윤섭 김종달 김찬옥 변환길 봉상근 옥미라 유재진 윤준호 이국웅 이은빈 이지나 임승목 정경옥 조정숙 조효영 주지환 지선민 최경민 최명석 한효경)

금융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05-6254,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