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성근 전 감독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후임 이만수 감독을 향해 "예의 벗어난 놈"이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은, 지난 8월 김 전 감독 경질 과정에서부터 쌓여온 감정이 폭발한 것이란 게 야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8월 김 전 감독이 해임된 직후 감독 대행 자리를 물려받은 이 감독은, 감독 대행 선임 기자회견장에 환하게 웃는 얼굴로 등장해 김 전 감독의 경질을 아쉬워하는 팬들의 비난을 샀다. 그는 "원래 언제나 웃는 얼굴"이라고 해명했지만, 팬들은 이러한 모습이 전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 전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감독이 해당 시점을 전후해 자신에게 전화를 하지도 않아놓고 언론 인터뷰에서는 "여러 번 전화를 했는데 김 전 감독이 받지 않았다"고 말한 점을 비판했다. 이 감독이 최소한 향후 거취에 대해 상의를 하거나 위로의 전화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번 갈등은 경력과 연배가 '감독급'에 해당하는 이 감독이 김 전 감독 체제의 수석코치로 온 순간부터 이미 싹트기 시작했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SK 구단은 2006년 10월 김 전 감독과 이 감독을 감독과 수석코치로 동시에 임명했다. 당시 국내 야구계에서는 이미 선동열·이순철 등 이 코치의 야구 후배들이 하나 둘 감독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실력의 김성근'과 '인기의 이만수'는 2007년과 2008년,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며 외부로부터 '환상의 콤비'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SK 구단은 이런 상황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였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자 메이저리그 코치라는 화려한 경력의 이 코치를 '모셔온' SK로서는 적당한 시기에 그를 감독으로 승격시켜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우승 감독 경질'이라는 부담스런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웠던 것.
감독이 돼 미국에서 배운 야구를 펼쳐보고 싶었던 이 감독 역시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며 구단 관계자나 지인 등에게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곤 했고, 이런 소식은 김 전 감독의 귀에도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고조되던 갈등이 폭발한 것은 지난 8월. 올 시즌 역시 SK가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가운데 구단 고위 관계자가 김 전 감독에게 “계약을 연장하려는데, 이만수 코치의 양해를 구해야겠다”고 말한 것이 불씨가 됐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김 전 감독은 일방적으로 기자들을 불러모아 놓고 '시즌 후 사퇴'를 선언해버렸다. 그러자 선수(先手)를 뺏긴 구단도 지지 않고 '전격 경질'로 응수한 뒤, 이 감독에게 감독 대행 지휘봉을 맡겼다.
이에 김성근 감독을 지지하는 SK 팬들은 구단의 조처에 반발하며 시위에 나섰고, 이 감독에 대해서도 '구단 경영진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김 전 감독 경질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비난의 타깃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