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31, 넥센 히어로즈)에게 지난 2009년 12월 31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지난 2003년 입단한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7년 동안 함께 했던 친정팀을 강제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팀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누군가가 현금 트레이드로 다른 팀으로 가지 않고서는 팀 자체가 무너질 위기였다. 간판 선수였던 이택근은 LG 포수 박영복과 외야수 강병우, 그리고 현금 25억 원에 LG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그렇게 친정팀과 원치 않은 이별을 한 이택근이 FA가 돼서 다시 스스로 넥센으로 찾아 돌아왔다. LG와 우선협상이 결렬된 이택근이 다른 구단과의 협상이 시작된 첫날인 20일 넥센과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4년간 50억원이다. 계약금 16억원, 연봉 7억원 등 44억원을 보장하고 마이너스 옵션도 없이 플러스 옵션으로 매년 1억5000만원씩 4년간 6억원이다.

OSEN은 20일 FA 계약을 마친 이택근과 밤 늦은 시간에 통화를 할 수 있었다.

▲LG와 협상이 결렬된 19일 밤 이택근은?

이택근은 지난 2년 동안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래서 19일까지는 원 소속구단인 LG와 협상을 했다. 그러나 협상은 결렬됐고 이택근은 FA 협상을 할 구단의 첫 번째 조건으로 마음이 통하는 구단을 꼽았다.

이택근은 "구단, 선수, 코칭 스태프 등 서로 마음이 통하는 끈끈한 팀을 택하고 싶다"면서 "금액을 배제시킬 수 없겠지만 소통이 잘 되는 구단과 계약하고 싶다. 구단도 선수를 생각하고, 선수도 구단을 생각하는 팀이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택근이 말한 그 구단은 넥센이었다.

▲넥센과 첫 만남은?

이택근은 19일 자정을 넘겨 이장석 넥센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였다.

이택근은 "이장석 사장님이 12시 넘어서 전화가 왔고 12시 40분 정도에 서울 모 호텔에서 만났다. 만나자 마자 우리가 데려오고 싶다고 하셨다. 내가 100% 요구했던 금액을 다 들어주셨다"면서 "그런 사장님이 어디 계시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택근은 자신을 보기 위해 자정을 넘긴 시간에 한 걸음에 달려온 마음에 감동했다. 그리고 곧바로 계약에 합의했다.

이택근은 "합의는 30분 만에 이뤄졌다. 내가 요구했던 것보다 더 인정을 해주셨다. 나를 절대적으로 신뢰해 주셨다. 절대적인 믿음은 옵션 계약보다 더 큰 부담이었다"며 믿음의 의미와 책임을 동시에 느꼈다.

▲2년 전 추억, 그리고 아픔?

2년전 서운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택근은 "서운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당시 팀 재정 상황을 알았다.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LG라는 좋은 팀으로 갔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당시로서는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했다. 아쉬움은 없었다"며 애써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이택근은 "이장석 사장님이 직접 그러셨다. 이택근 트레이드는 아쉽다고 몇 번이고 말하셨다. 내게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하셨다. FA 이후에 다시 이야기가 나와서 감사했다"며 웃었다.

▲다시 넥센 선수가 된 이택근의 각오는?

이택근의 계약 소식에 김시진 넥센 감독도 기뻐했다. 이택근은 "계약을 마치고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 반겨주셨다. 몸 상태를 물어보셨다. 나에 대해서 워낙 잘 아시는 분이시다. 선수와 감독 사이라기보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서 마음을 안다"고 말했다.

"맘 같아서는 당장 내년 시즌 팀을 4강으로 이끌고 싶다"는 힘찬 포부를 밝힌 이택근은 "이제 개인적인 실력보다도 고참 선수가 되어 돌아와서 내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있다"면서 "개인적인 것보다 현대 때부터 선배들이 해왔던 것처럼 하겠다. 이 팀은 좋은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강팀이 되고 우승팀이 된 것을 봤다. 이제 내가 그 역할을 할 때가 됐다. 어린 선수들과 마음으로 통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나를 통해서 팀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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