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종합병원' 미 해군 컴포트함(USNS Comfort T-AH-20)이 17일 함정 내부를 전 세계 언론에 공개했다. 평시 정박항(港)인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현재 머물고 있는 컴포트함은 전장 273m, 전폭 32m, 배수량 7만473t 규모에 수술실 12개, 회복실 20개, 병상 1000석(중환자용 병상 80석 포함)을 갖춘 세계 최대 병원선(船)이다. 컴포트는 각종 진료과(방사선과·치과 포함)와 물리치료실·화상치료실·CT촬영실을 내부에 갖췄고 함상에 대형 헬기 이·착륙장, 측현에 해상 환자 인도정을 두고 있다.

컴포트함은 민간인 함장과 현역 군인인 병원장의 지휘·통제로 운영된다. 랜들 록우드 함장은 "임무 완수가 최우선 과제이므로 민·군 협력체계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고 했다. 데이비드 위스 병원장(대령)은 "전장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 장병과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첨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명을 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포트함은 평시에 군무원 20여명, 군 의료진 50여명이 함내에서 일하며, 의료작전에 투입되면 의료지원인력 1100여명이 추가 출동한다. 컴포트함의 규모를 말해주는 '병상 1000석, 의료진 1200여명'은 국내 최대병원인 국군수도병원(경기도 분당 소재)의 병상 800석, 국내 총 군의관 수 2400명에 비교해보면 쉽게 가늠이 된다.

컴포트함 내 민간인 군무원 대부분은 해군사관학교 옆에 있는 민간인 전문 교육시설에서 교육을 이수한 인력이다.

그래픽 = 김충민 기자 kcm0514chosun.com

컴포트함 내에선 평시인 경우 대규모 환자를 맞을 실제 상황에 대비한 예행연습을 주로 한다. 상황이 발생하면 특명을 받은 지 5일 내 작전 준비를 완료해 최고 속도(시속) 32.4㎞(17.5노트)로 작전지역으로 출동한다.

제네바협정에 따라 컴포트함은 자위(自衛)용 무기 범위를 넘어서는 공격 무기를 실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선박을 공격하는 행위는 전쟁 범죄로 규정된다. 캐티 베커 부원장(중령)은 "해적의 기습 등에 대비한 방어 무기를 함내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함정 바깥에는 커다란 적십자가 그려져 있어 병원선임을 쉽게 식별하도록 해 놓았다.

컴포트함은 유조선으로 건조됐다가 병원선으로 개조됐다. 1976년 진수돼 1987년 미 해군에 인도됐다. '자매함'으로 일컬어지는 머시함(USNS Mercy T-AH 19)은 1975년 진수돼 1986년 미 해군에 인도됐다. 미 대륙을 기준으로 머시함은 태평양, 컴포트함은 대서양에서 구역을 나눠 활동한다. 컴포트함은 1990~91년 '사막의 방패/사막의 폭풍' 작전 때 걸프전에 배치되는 등 각종 작전을 수행했다. 당시 외래환자 8000명, 입원환자 700명을 치료했고 수술을 337회 했다.

미 해군 컴포트함이 2001년 9·11 테러 발생 나흘 뒤 자유의 여신상 앞을 지나고 있다.

1994년에는 아이티에서 '민주주의 지지 작전'을 벌여 미군과 아이티 민간인들을 치료했다. 2001년 9·11 테러가 나자 사흘 뒤 맨해튼에 도착해 응급환자 561명을 치료하고 구조대원 500여명을 상대로 정신과 상담을 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 대륙을 휩쓸자 작전 명령 이틀 만인 9월 2일 미시시피주 패스커굴러에 급파돼 환자 1956명을 치료했다.

올해 컴포트함은 자메이카·페루·과테말라 등 중남미 9개국에서 현지 주민들에게 5개월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우방국 시민들에 대한 지원활동을 계속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