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태어난 A(18)군은 5년 전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가 한국인과 재혼해 한국으로 떠나버린 후 혼자 남겨졌다. 아버지도 A군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A군은 친척집을 전전해야 했다. 학교도 중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뒀다. 보다 못한 어머니는 1년 전 한국인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A군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A군은 어머니 곁에 와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중학교 졸업장이 없어 한국의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도 없을뿐더러 학교에 간다고 해도 한국어를 하나도 할 줄 몰라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니와 양아버지는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A군은 지난 1년을 집에서 인터넷에만 매달리다 '인터넷 중독' 증세까지 생겼다.

국제 결혼 가정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A군 같은 '중도(中途) 입국 자녀'들의 국내 거주 현황이 처음 파악됐다. 1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귀화 신청을 한 중도 입국 자녀가 작년 현재 5726명이며, 귀화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중도 입국 자녀들은 대부분 10대 중·후반이다.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지개청소년센터 신현옥 소장은 "이런 아이들은 어머니가 재혼해 한국으로 떠난 후 본국에서 제대로 된 돌봄이나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중도입국 자녀들이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중도 입국 자녀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고 뒤늦게 한국으로 들어온 자녀를 일컫는다. 보통 어머니(외국인)가 한국인과 재혼하면서 본국에서 자라던 자식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