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기자] "감독님이 무섭기만 했다면 우리가 영산재 모시러 부산에서 다 올라왔겠나".
故 조성옥 전 부산고, 동의대 감독은 지난 2009년 7월 세상을 떠났지만 제자들은 그를 잊지 못하고 다시 모여들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29,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자비를 들여 조 감독의 영산재를 준비한 11일 종로구 자비정사. 이제는 어엿한 프로 선수가 된 추신수와 장원준, 손아섭(이상 롯데), 윤지웅(넥센), 전병두(SK), 김태군(LG) 등 제자들과 그들의 부모는 저마다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추신수의 아버지 추소민씨는 "조 감독님은 정말 무서운 '호랑이 감독'이었다"면서도 "돈을 위해 일하는 분이 아니었다. 훈련 끝나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챙기고 촌지를 일부러 받아 나에게 맡겨두고 아이들을 위해 쓰는 정말 좋은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SK 정근우의 아버지 정병기씨도 "감독님이 무섭기만 했다면 우리가 영산재 모시러 부산에서 다 올라왔겠냐"며 "대단한 분이셨기 때문에 지금 같은 훌륭한 제자들이 있는 것"이라고 조 감독을 회고했다.
손아섭은 "감독님이 정말 훈련을 엄하게 시키셨고 또 많이 시키셨다. 그래서 오히려 프로에 왔는데 운동이 쉽게 느껴지더라. 신수 형, 근우 형도 그렇고 부산고 출신들을 보면 다들 진짜 운동만 열심히 한다. 아마 고등학교 때 훈련이 습관이 되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부산고를 졸업해 자신이 조 감독의 마지막 제자라고 강조하던 김태군도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토스트만 먹고 운동했다. 밤 10시에 끝났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하지만 우리 잘되라고 하신 말씀인 걸 안다. 훈련 끝나면 무섭지 않은 분이었다"고 전했다.
부산고 출신 선수들은 13일 사직구장에서 경남고 출신들과 라이벌 빅매치를 가진다. 장원준과 김태군 등은 조 감독의 영정 앞에서 필승 의지를 다졌다. 엄하디 엄했지만 진심으로 학생들을 대했던 조 감독의 카리스마 리더십은 아직도 선수들 안에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