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중국인은 스스로를 '용적전인(龍的傳人)' 즉 '용의 후예'라고 부른다. 대륙과 대만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흩어진 화교들도 그렇게 여긴다. 다른 나라들도 중국을 '용의 나라'로 지칭한다. 그렇다면 중국과 중국인은 정말 원래부터 용의 나라, 용의 후예였던 것일까.
홍윤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명·청시대까지도 용은 천자(天子)의 상징일 뿐 중국 민족의 상징은 아니었다. 강한 나라와 민족 통합에 대한 열망이 현대 종교적 성격의 새로운 신화를 낳은 것"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한종연)가 오는 19일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여는 '종교와 동물'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중화민족이 용의 후예가 되기까지'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중국인=용의 후예' 등식이 공식화된 것은 신화학자 원이둬(聞一多)가 1930~40년대 항일전쟁기에 쓴 논문집 '복희고(伏羲考)'부터다. 원이둬는 소수민족의 민속과 신화를 연구해 "뱀의 몸, 물고기의 비늘, 말의 머리, 사슴의 뿔 등을 지닌 용은 중국 내 여러 토템 부족이 하나로 통합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에 맞서 한족과 여러 소수 민족이 단합해 싸워야 했던 당시 중국인들의 입맛에 딱 맞는 주장이었다. 이후 문화혁명의 폐허에서 나라를 재건해가던 1980년대에는 중국 학계에 용 연구 열풍이 불었고, 때마침 대만 출신 가수 허우더젠(侯德健)의 가요 '용의 후예(龍的傳人)'가 대유행한다. 홍 교수는 "1985년 중국 CCTV의 설 특집쇼 '춘절만회(春節晩會)'에서 불리며 이 노래의 인기는 '중화민족주의 스펙터클'로 발전해간다"고 했다. 톈안먼(天安門)광장의 민주화 시위대도 이 노래를 불렀고, 중화권 인기가수 왕리홍(王力宏)이 최근 이 노래를 리메이크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 전국 800만 가구, 관련 산업 규모가 2조원을 넘는 현실을 바탕으로 인간은 종교의 영역에서 어떻게 동물을 바라보는가를 짚어본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한종연 박상언 연구원은 '간디와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채식주의의 노스탤지어'를 통해 "역사적·문화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의 분류체계를 구성해온 것은 종교였다. (이슬람의 '할랄'이나 유대교의 '코셔' 등에서 보듯) 오늘날에도 식문화는 종교문화적 정체성 유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장석만 종교문화비평학회장은 '두 가지 이분법의 쇠퇴와 의미', 김형민 호남신대 교수는 '그리스도교의 전통에서 본 동물 이해', 방원일 서울대 강사의 '원시종교 이론에 나타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발표한다.
입력 2011.11.0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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