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와세다대학교의 수시모집 합격자가 발표됐다. 특히, 이번 합격자 중에는 독학과 학교 프로그램만으로 합격의 영광을 얻은 일반계고 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논술과 에세이, 생활기록부, EJU 일본유학시험, 토플 등 일본어는 물론, 영어와 교과 성적까지 두루 갖춰야 하는 일본 입시에 도전한 일반계고생 김표(서울 환일고)군과 김수경(분당 대진고)양에게 와세다 정복기를 들어봤다.
◇독학으로 일본어 정복, 유학준비도 스스로
인간과학부에 합격한 김표군은 일반계고서 독학으로 일본 입시를 준비한 케이스다. 김군은 "고등학교 입시 직후 일본 유학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내신과 일본 입시를 함께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분배에 특히 신경 썼다"고 했다. 내신은 학교수업만으로 충실히 다졌다. 일본어는 야간 자율학습시간이나 주말을 활용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했다. 독학으로 일본어를 정복한 그는 정확한 발음을 위해 독특한 방법을 활용했다. 김군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 근처 신도림역과 신촌 등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영어와 일본어로 무작정 말을 걸었다. 원어민 발음을 통해 문제점을 고치기도 하고 외국인들이 주로 쓰는 문장 등을 익히는데 무엇보다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문법은 예문 위주로 익히고 모르는 단어는 따로 적어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도일전형(일본에 가지 않고 학교 측 요청 서류를 제출하는 전형)으로 합격한 김군은 합격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활기록부(내신관리 기본, 영문번역), EJU 일본유학시험 성적표(일본어, 수학, 종합과목), 토플시험 성적표(85점), 지망이유서(800자 논술)를 꼽았다. 김군은 "어느 나라 언어건 기본은 한국어여야 한다. 특히, 일본어 논술의 경우 한국어 논술이 탄탄하지 않으면 설득력 있는 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평소 김군의 모의고사 등급은 수리영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1등급이다. 특히 언어영역의 경우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는다. 그 비법은 바로 독서. 김군은 "고교입학 후에도 주 3권씩 반드시 독서를 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속독이 가능했기 때문에 다독하는 편이다. 독서는 어휘를 늘리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2 말부터는 일본 원서도 즐겨 읽었다. 학교 내신은 물론, 일본어 실력을 키우는 데 가장 도움이 된 방법"이라고 했다. 김군의 꿈은 자신의 철학이 담긴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의 미디어를 만드는 일이다. 그가 합격한 인간과학부는 사회과학계열로 인간과 환경에 대해 연구를 하는 학부다. 김군은 "해외대학을 목표로 한 일반계고 학생은 유학준비에만 몰두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지치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대학에 성실함과 목적의식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기회가 되기도 한다. 철저한 독서와 학교생활을 게을리하지 않을 각오로 임한다면 그 어떤 높은 벽의 해외명문대학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2 2학기 유학결정, "와세다 갈래요"
교육학부에 합격한 김수경양은 뒤늦게 유학을 준비한 케이스다. 고2 2학기,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일본어가 전부인 김양이 일본 유학, 그것도 와세다에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 김양은 "남보다 늦게 시작했고 해외명문대를 목표로 했지만, 한 번도 주눅이 들거나 포기할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고 입을 열었다. 다행히 김양 학교에는 유학반이 있어 3학년부터 일본어 유학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1학년부터 유학을 준비해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학반 생활을 한 친구들에 비해 많이 뒤처졌지만, 그만큼 일본어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김양은 "일본어 능력시험(JLPT) 준비도 유학반에 들어가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3급부터 준비했지만 결국 1급을 취득했다. 늦게 시작해 문법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문장 자체를 먼저 외우고 쉬운 원서부터 접하는 방식으로 문법을 이해했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학생들이 활용하는 교과서는 그녀에게 큰 도움을 줬다. 김양은 "일본 교과서의 경우 독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논술을 쓸 때 독해력은 제시문을 이해하는 힘이 되기 때문에 일본 교과서를 통한 공부를 추천한다"고 했다. 김군과 달리 김양은 9월에 일본에서 직접 시험을 치르고 왔다. 학과마다 전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1교시 일본어 시험, 2교시 영어 시험, 3교시 소논문 시험을 봤다. 소논문은 제시문을 보고 그에 따른 글을 쓰는 것으로 사회문제가 출제됐다. 사회문제는 한국의 사회과목 수업만으로도 도움이 많이 됐다. 김양은 "생각보다 많은 수의 친구들이 유학 준비과정에서 좋은 대학을 쉽사리 포기한다. 하지만, 늦게 시작해도 열심히 하면 가능하다. 1년 반이란 짧은 시간 동안 도전했고 합격할 수 있었다. 자신을 믿고 꿈을 향해 도전한다면 언제 시작해도 그 시작은 늦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