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광민 기자] 미국프로야구(MLB) 명장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토니 라루사(67)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이 아름다운 퇴장을 선언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엠엘비닷컴(MLB.com)'에 따르면 1일(이하 한국시간) "토니 라루사가 감독으로서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라루사의 은퇴 발표에 미국 언론들은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라루사는 불과 3일 전에 끝난 2011시즌 월드시리즈에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인 텍사스 레인저스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세인트루이스를 챔피언에 등극시켰다.
은퇴식장에 들어선 라루사는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얼마 전 우승을 차지했다. 난 무언가 시간이 다 됐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세인트루이스가 팀을 위해 무언가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라루사 감독은 이미 지난 8월 임시 단장인 존 모제리악에게 시즌 종료 후 감독직에서 물러날 뜻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코칭 스태프에게는 불과 하루 전에 알렸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된다"고 말한 라루사 감독은 "나는 무언가 다른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라루사는 지난 1973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전신인 캔자스시티 애슬레틱스(1963, 1968∼1971년)에서 내야수로 데뷔한 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1971년), 그리고 시카고 컵스(1973년)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선수로서 통산 132경기에 출장한 그는 1할9푼9리의 타율에 15안타 2루타 5개, 3루타 2개가 전부였다.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다. 타점도 고작 7개가 전부였다. 초라하다는 말을 하는 것 조차도 초라한 성적이었다.
은퇴 후 그는 야구와 다른 길을 걸어갔다. 물론 1978년 화이트삭스 산하 더블A에서 감독직을 시작했으나 당시 그는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법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 7월 30일에는 시험을 합격해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로펌에 소속됐다. 그러나 업무는 소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법보다는 야구를 더 사랑했다. 라루사는 졸업을 앞두고 "나는 법조인이 되는 것보다 버스를 타고 마이너리그를 돌아다니는 것이 더 낫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후 담당 교수와 면담에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은 뒤 "너는 이제 다 자라 성인이다. 너는 이제 변호사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는 야구인으로서 인생을 결심했다.
197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더블A 감독을 맡은 그는 1979시즌 중도에 메이저리그 감독을 맡았다. 이어 1983년 팀을 지구 우승으로 이끌며 아메리칸리그 감독상을 받은 라루사는 AL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패한 뒤 1986시즌 도중 팀이 26승38패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자 해고를 당했다.
그렇지만 감독직을 그만둔 지 3주 만에 오클랜드로 자리를 옮긴 그는 1988년부터 1990년까지 3년 연속 팀을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다. 이 가운데 1989년에는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이 됐다. 이렇게 1995년까지 오클랜드를 맡았던 라루사는 1996년부터 세인트루이스를 맡아 오늘 은퇴하는 순간까지 무려 16년 동안 한 팀을 지켰다.
메이저리그 통산 2728승을 달성한 라루사 감독은 역대 메이저리그 감독 승리 순위에서도 코니 맥(3731승)과 존 맥그라우(2763승)에 이어 전체 3위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36승만 거두면 전체 2위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자신이 감독으로서 거둔 승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08승은 세인트루이스와 함께했다.
모젤리악 단장은 "내 마음은 토니의 마음만큼 강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것에 대해 항상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 "나는 그가 우리 팀에서 무엇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1년 팀에 대해서는 그렇다. 그래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게 어렵지만 나는 그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높게 평가한다. 오늘은 그의 날이지만 내일은 세인트루이스가 다음으로 나가는 날이다"고 밝혔다.
라루사가 이렇게 아름다운 퇴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올 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스프링캠프 때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가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10경기 반 차로 벌어져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갔다고 봤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는 남은 30여 경기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밀어내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야 와일드카드 1위에 오르며 가을 축제에 합류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막상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첫 상대가 월드시리즈 강력한 우승후보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였다. 그러나 막강 선발진을 자랑하는 필라델피아를 물리친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마저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월드시리즈에 오른 세인트루이스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텍사스를 상대로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밀렸다. 그리고 6차전에서도 9회말 2아웃까지 뒤지다 극적인 동점타와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뒤 마지막 7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 반지를 끼었다.
"나는 아직 야구에서 어떤 일을 맡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약간 두려움이 있다"고 말한 라루사 감독은 "만약 야구에 관련해 어떤 일을 하자는 전화를 받는다면 아마도 마이너리그 구단을 사서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농담 섞인 속마음을 드러냈다.
라루사 감독은 메이저리그 역대 감독들 중에서 포스트시즌 70승(역대 2위), 통산 5097경기(역대 2위), 통산 최다패(역대 2위), 감독으로서는 33년(역대 동률 2위), 2728승(역대 3위), 14번째 플레이오프 진출(역대 3위), 3번째 월드시리즈 타이틀(역대 동률 6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고 감독으로서 삶과 아름답게 이별했다. 끝이 아름답기에 모두들 그의 떠나는 길을 축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