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하되 명예롭게 용서하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고 이제는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15년간 옥살이를 했던 정원섭(77·사진)씨가 27일 재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정씨는 1972년 9월 27일 춘천시 우두동 논둑에서 경찰 간부의 딸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1987년 모범수로 가석방되기 전까지 옥살이를 했다.

그가 누명을 벗기까지는 39년이 걸렸다. 가석방된 그는 1999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당시 피해자가 춘천 시내 파출소장 딸이었고 내무부장관이 '전국 4대 강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시한 내 검거령'까지 내려 경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재심 권고를 해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는 정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 조사 단계에서 고문 등 가혹 행위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고, 이런 상태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 능력이 없다"면서 "공소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가 모두 직접적인 증거가 될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보고 범죄 증명이 없다고 판단한 2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정씨는 법원을 나서며 "기독교 민간 교도소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곳에서 재소자들에게 도움을 주며 여생을 정리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