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의 문자 보급운동은 우리나라 독립에 기여한 독립운동입니다. 이러한 문화 독립운동을 전개한 조선일보사의 역할은 매우 컸습니다."
조선일보의 한글 교재 3종이 언론사 소장 자료 중 최초로 문화재로 등록되는 데 대해 홍윤표 문화재위원(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은 그 뜻을 이같이 밝혔다. 일제 강점기 조선일보의 '문자 보급운동'에 대해 국가기관이 '독립운동'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 운동에 사용됐던 문자 보급 교재는 일제에 맞서 민족혼을 지켜내려던 조선일보의 뜨거운 노력을 증언하는 역사적 자료다. 이 중 '한글원번'은 1929년 문자 보급운동 개시 직후 발행한 최초의 한글 교재로 보인다. 가로 46.5㎝, 세로 31.8㎝ 크기의 갱지 한 장에 한글의 자음·모음과 음절 구성, 받침 등을 예시했다. 왼쪽 상단에는 조선일보 문자 보급운동 구호인'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가 인쇄돼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이 교재에 대해 "매우 독창적이며, 이후에 등장한 모든 언문반절표의 대표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문자보급반 한글원본'은 1930년 11월 22일 조선일보 학예부장 장지영(張志暎)이 편집해 발행한 소책자다. 한글 자음·모음과 '가갸거겨'등 음절, 흥부 이야기까지 수록했다. '문자보급교재'는 1936년 12월 13일 발행된 것으로 소책자에 한글 예문은 물론 셈법까지 넣어 간이 초등 교재로 꾸민 점이 눈길을 끈다. 이 교재들은 수만~수십만 부씩 인쇄돼 전국에 배포됐다. 1935년 일제에 의해 문자 보급운동이 중지된 이후에도 교재를 대량으로 찍어 전국에 나눠줬으나 일제는 이것마저도 금지해 한글 교재가 금서(禁書)가 됐다.
'등록문화재'란 멸실 위기에 처한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2001년 도입된 제도다. 국보·보물 등의 지정문화재와는 달리 소유자의 자발적인 보호를 유도하는 신고 위주의 제도다. 처음에는 건축물·시설물에만 적용했으나 2005년 동산(動産)문화재로 확대됐다. 지금까지 480건의 문화재가 등록됐으며 그중 동산문화재는 102건이다. 한국 근대 스포츠의 영웅인 사이클 엄복동 선수의 자전거를 비롯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 등이 대표적인 동산문화재로 등록됐다.
관보에 문화재로 등록이 예고된 뒤에는 30일 동안 일반인과 관련 학자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최종 등록된다.
문화재로 등록되는 ‘한글원번’ ‘문자보급반 한글원본' ‘문자보급교재’ 등 조선일보사 발행 한글교재들.‘한글원번'은 1929년 문자보급운동 개시 직후 발행된 최초의 교재로, 왼쪽 상단에 적힌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는 구절은 이 유명한 계몽구호가 조선일보 문자보급운동 때부터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최순호 기자 shcho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