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해발 8091m) 등반 중 실종된 박영석(48) 대장과 원정대원들을 찾기 위한 나흘째 수색 작업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한산악연맹은 23일 "박 대장과 신동민(37)·강기석(33) 대원이 안나푸르나 남벽 출발점(5800m) 근처에 있는 깊이 30~40m, 폭 4~5m의 '베르크슈룬트(Bergschrund·빙하와 암벽 사이의 거대한 균열)'에 빠진 것으로 보고 내부를 수색했지만 실종된 원정대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나푸르나 남서벽에 새로운 등정로 개척을 위해 떠난 박영석 원정대는 18일 오후 6시(현지 시각) 남벽 출발점으로 하산하는 과정에서 "좌우로 눈사태가 심하게 나고 있어 이곳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베이스캠프와 위성통화를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베르크슈룬트 산악연맹 사고대책반은 22일 수색 작업을 한 결과 박영석 원정대가 안나푸르나 남벽과 빙하가 맞닿은 지점에 형성된 크레바스(Crevasse)의 일종인 베르크슈룬트에 빠진 것으로 판단했다. 눈사태로 내려온 눈이 이 틈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근처 다른 지역에선 눈사태 여파가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학재 카조리 원정대 대장과 김형일 촐라체 원정대 대장 등이 중심이 된 현지 수색팀은 23일 직접 베르크슈룬트 안으로 들어가 수색 작업을 벌였다. 베르크슈룬트 등 크레바스 지형 수색은 눈사태와 낙석 등으로 인해 자칫하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작업이다.
크레바스 수색은 보통 안전벨트에 하강기를 연결하고 여기에 로프를 걸어 조금씩 내려가면서 진행한다. 크레바스는 수직으로 똑바로 뚫려 있지 않고 미로처럼 불규칙하게 되어 있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수색팀은 자신과 실종자를 위한 식수 및 구조장비를 지니고 내려가는데 실종자를 발견할 경우엔 등강(登降)기와 도르래를 이용해 끌어올린다.
산악연맹 관계자는 "박영석 원정대가 실종된 것으로 보이는 지점은 워낙 위험해 경험 많은 현지 셰르파들도 들어가길 꺼린다"며 "베테랑인 유학재 대장이 먼저 들어가 수색을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셰르파들도 작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산악연맹은 "중간쯤 크레바스가 급격히 좁아진 지점까지 도달했지만 붕괴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일단 철수했다"고 밝혔다.
산악연맹은 24일 김재수, 김창호 대장을 현지로 파견해 구조 작업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김재수 대장은 지난 5월 안나푸르나를 등정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고, 김창호 대장은 지난달 초오유 등정으로 히말라야 13좌를 오른 노련한 산악인이다. 대한산악구조협회에서도 24일 3명의 대원과 함께 금속탐지기를 현지로 보낼 예정이다.
☞베르크슈룬트
빙하가 갈라져서 생기는 크레바스(Crevasse)의 일종으로 빙하와 암벽 사이에 있는 거대한 틈을 뜻하는 산악용어다. 겨울엔 새로 내리는 눈에 덮여 있다가 여름이 되면 틈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Snapshot] 박영석 안나푸르나 등반 중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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