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용준 기자]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 가수 지망생들의 꿈을 쫓게 해주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등용문이자 스타로 가는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90년대말이나 2000년대 초반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에 대다수의 가수 지망생들은 무명세월을 거쳐서 힘들게 가수로 데뷔하고는 했다. 어렵게 데뷔를 해도 지금 처럼 한순간에 주목받기는 쉽지 않았고, 소속사 문제등으로 꿈을 접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1997년 가요차트를 휩쓸었던 '밤의 길목에서'를 부른 가수 김세영. 그 역시도 소속사 문제로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불운한 케이스였다. 10년간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통해 어렵게 데뷔했던 그는 '밤의 길목에서'가 히트했지만 정작 소속사의 부도와 마찰로 인해 어렵게 시작했던 음악의 길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10년이 지나 다시 마이크를 잡으며 가수의 꿈을 이어간 그가 파란만장했던 인생에서 두번째 도전을 시작한다.
그의 세 번째 도전은 인터넷 쇼핑몰. 원만한 연예인이라면 운영하는 쇼핑몰이 유행같은 요즘 대수롭지 않을 지 모르지만 여성복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여자들도 손을 데기 쉽지 않은 아동복 쇼핑몰이라는 점이 특색이다.
드라마 '2009 외인구단'의 주제가 '난 너에게'를 부르며 일본진출까지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가 어떻게 유아동복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에 도전하게 됐을까. 우연찮게 딸아이 옷을 사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던 중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기 힘들자 본인이 직접 만들어 입히고 싶다는 생각한 것이 계기가 돼 '마리걸'이라는 쇼핑몰을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
평생 노래만 부르던 가수가 쇼핑몰 사업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초보 사업가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동대문과 남대문 도매 시장을 하루도 빠짐없이 아내와 돌면서 일과를 시작하는 그는 기존 아동복들과 차별을 두는 것을 사업 컨셉으로 잡고 있다.
흔히들 아동복하면 꽃무늬, 핑크, 레이스달린 원피스를 떠올리기 쉬운데 '마리걸'의 컨셉은 한마디로 세련된 20대 여성의 시크하고 모던한 스타일의 아동복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평소 아이들 패션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김세영은 젊은 여성 못지 않게 아이들 패션에 민감한 젊은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고 아동복에 대한 엄마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을 생각하여 친분있는 방송코디와 패션디자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색다른 스타일과 코디를 통해 승부를 걸고있다.
연예인이 운영한다는 점을 홍보에 이용하기보다 상품 자체의 퀄리티와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 때문에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조차 주위 동료 연예인이나 지인들에게 조차 알리지 않았다는 김세영은 '마리걸'을 아동복에 한정된 쇼핑몰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입을 옷을 찾을수 있는 종합적인 '패밀리패션' 사이트로 확장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딸아이 옷을 사주려다 시작한 일이 벌써 일년이 다 되간다. 사실 사업이 어렵다는 것을 이 일을 하면서 깨달았다. 처음에는 매출이 좀 나와서 쉽게 봤다가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너무 힘들더라. 그래도 내 딸이 입는다는 생각을 하면 절로 힘이 난다"라고 활짝 웃은 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에 맞추기 위해서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진지함이 묻어나오는 그의 말투에서 책임감을 느낄수 있는 대목이었다. 현재 그가 운영하고 있는 '마리걸'은 런칭한지 1년여만에 동종 쇼핑몰 매출 순위 몇손가락 안에 들만큼 급성장한 상태. 중국의류업체에서도 '마리걸'의 옷들을 중국 현지에서 판매하고 싶다며 중국진출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 현재 협의중이다.
사업가로 변신한 그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수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정상에 서보기도 했고, 10년 간의 공백을 겪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꿈이 '노래'입니다. 노래는 언제든 다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우선 이 일에 몰두하는 것 뿐이죠. 다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를 그 날을 차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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