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마스터스(일반부) 우승자 이정숙(46)씨는 국내 아마추어 마라토너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강자. 세 남매를 기르고,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학교 육상팀을 지도하면서, 거의 매주 마라톤 대회에도 참여하는 '수퍼우먼 마라토너'다.
올해까지 동아마라톤을 5연패(連覇)했고, 작년까지 중앙마라톤을 3연패했다. "풀코스 우승을 몇 번이나 했는지 세보지 않아 기억 못할 정도"다. 이번에 처음 출전한 춘천마라톤에서도 2시간50분37초로 1위를 차지했다. 직업 선수들까지 통틀어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남편부터 2남1녀 자녀들까지 이씨 가족은 모두 '체육인'이다. 남편은 한국 체대 재학생이던 1984년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21분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최진혁(47) 충남체육회 훈련팀장. 큰 아들(20)은 한국체대 2학년, 작은 아들(18)은 충남체고 3학년에 다니고 있다. 지금은 공부가 더 좋다며 운동을 그만뒀지만, 여고생 막내딸(15)도 소년체전 800m에서 은메달을 딴 육상선수 경력을 지녔다.
마라톤은 8년 전쯤 시작했다. "퇴근하고 정해진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고, 연습 겸 실전으로 거의 매주 전국을 찾아다니며 대회에 나가요. 10km, 하프, 풀코스 다 더하면 1년에 50번 정도는 뛸 거예요." 이씨는 "춘천마라톤은 오르막과 커브가 많아 난코스로 꼽힌다. 다른 대회 출전 일정들이 겹쳐 뛰지 못했었는데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호숫가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며 기분좋게 뛴 데다 우승까지 차지해 더 기쁘다"고 했다.
숙명여대 체육교육과(육상 전공)를 나온 이씨는 현재 천안 신대초교 체육교사로 재직 중이다. 학교 육상부 지도교사도 맡고 있다. 이씨는 "교사가 먼저 성실하게 훈련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모범을 보이니 아이들도 스스로 알아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재작년 전국체전 초등학교 80m 은메달 선수도 나왔고, 종목별로 도내 1위 수준인 아이들도 있어요. 내가 뛰는 것도 즐겁지만 꿈나무들을 키워내는 기쁨은 더 커요."
마라톤을 뛰면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도 풀리지만, "동호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씨가 마라톤을 계속하는 이유다. "직업도 나이도 다양한 사람들이 뛰는 것이 좋다는 이유로 만나다 보니 쉽게 친해지고 서로 말도 잘 통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 우승은 예민한 장 때문에 몇번씩 화장실을 드나드는 등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낸 성적이라 더 놀랍다. "물을 갈아 마신 탓에 출발 전에 두 번, 뛰는 도중에 한 번, 뛰고 나서도 또 한 번 화장실을 다녀왔어요. 도착하자마자 약부터 먹었다니까요."
아무리 우승 경험이 많아도 이 씨에게 마라톤은 뛸 때 마다 새롭다. 그녀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면 항상 가족들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 감사한 마음도 마라톤이 내게 준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라고 했다.
입력 2011.10.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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