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카시오페이아 같은 서양 별자리 얘기만 듣던 아이들에게 친근한 동물로 가득한 생활밀착형 우리 별자리 얘기를 들려주니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25년째 고금의 문헌을 뒤지며 천문(天文)을 연구해 온 윤상철(51) 씨가 쉬운 우리말로 별자리 얘기를 쉽게 풀어쓴 책 '세종대왕이 만난 우리 별자리'(대유학당)를 펴냈다. 청룡·현무·백호·주작 등 사영신뿐 아니라 용·너구리·여우·호랑이·표범·돼지·수달 등 28수(宿·별자리) 동물 신장(神將)들에 관한 역사와 문학, 다양한 설화도 모았다. 추계예술대 박순철 교수가 창작한 동물 신장 그림들은 민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익숙하면서도 위엄 있다. 책에는 토끼에게 속아 넘어간 데서 생겨났다는 동물 이름 '자라'의 유래, 잡혀먹히는 대신 중매를 선 돼지, 하늘의 심부름꾼이었다가 흉조로 전락한 까마귀 등 흥미로운 옛 이야기가 가득하다.

윤상철씨.

윤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주역 대가인 대산 김석진 선생 문하생 출신으로,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1987년 주역 연구모임에서 처음 조선시대 천문도를 접한 뒤 매력에 빠져들었다. "우리 별자리 속에는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이 있어요. 시장이 있으면 그 속의 상품과 도량형 감독관도 있고, 화장실이 있으면 대변과 그것을 가리는 병풍까지 별자리로 담아냈죠." 그는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데도 별자리가 쓰였으니, 우리 조상들에게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인간을 연결해주는 '다리'였던 셈"이라고 했다.

이후 윤씨는 논어·맹자·대학·중용·역경 등 고전을 연구·번역하는 틈틈이 옛 천문서적과 천문도를 뒤졌다. 주역 우주론을 집대성한 중국 송나라 때 책 '황극경세(皇極經世)'를 완역했고, 조선시대 천문관측관들의 교과서인 '천문류초(天文類秒)'를 최초로 통번역했다. 천문류초는 1999년 문화관광부 우수 학술도서로도 선정됐다. 이런 25년의 연구와 노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한자 투성이인 우리 별자리 이야기를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윤씨는 오는 25일까지 예정으로 서울 인사동 부남미술관에서 우리 별자리 전시회도 열고 있다. 영어, 한자, 한글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초대형 별자리 그림, 고구려 시대에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생년월일에 맞춰 화살표를 움직이면 자기 별자리와 동물을 찾아볼 수 있도록 고안된 대형 '28수 나경' 등이 있다. (02)720-0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