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캐스 R 선스타인 지음 | 이정인 옮김 | 프리뷰 | 240쪽 | 1만3800원
대개 사람은 집단에 소속되면 혼자 있을 때는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10대도 집단에 속하면 혼자서는 하지 않을 모험을 감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람은 서로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 들어가면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투자자나 기업 경영진도 그렇고, 정부 관리, 사회 개혁 운동가, 정치적 시위자, 경찰관, 학생 조직, 노동조합, 그리고 배심원도 마찬가지다.
신간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의 저자는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 현상에 집중한다. 저자는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며,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집단 극단화'란 '집단 구성원이 모여서 토의를 하고 나면 기존에 갖고 있던 성향과 같은 방향을 유지하면서 더 극단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다.
각종 실험 결과, 심각한 인종적 편견을 가진 백인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한 다음 인종적 편견이 더 심해졌고, 반대로 인종적 편견이 약한 백인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눈 다음 편견이 더 줄었다. 마찬가지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최상이라는 생각을 가진 투자자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한 다음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의사가 더 강해졌다.
테러리스트의 극단주의 성향은 인터넷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 채팅방을 비롯한 여러 인터넷 포럼이 많은 이슬람 젊은이를 이슬람 테러리즘 운동에 가담하도록 부추긴다. "사람들이 자기 입장과 가장 잘 들어맞는 토론방을 검색하고 선택하며,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방은 떠나면서 여러 가지 음모론이 빠르게 전파되고, 분노를 부채질한다. 마우스 클릭으로 의사 표시를 하고 자기 마음에 드는 입장을 고르는 것이다."
이런 경향 때문에 집단이 토의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도출하는 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에 나타난 많은 실책이 집단 극단화를 저지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기는 문화 때문이었다고 지적한다.
부시 행정부는 '라이벌 아닌 사람들의 팀'(Team of Unrivals)을 만들었고, 그곳에서 내부 다양성이나 반대 의견은 충성심 부족으로 간주되어 억제되었다. 이라크전과 관련된 세금 정책이나 관련 규정, 지출 문제 등에서 집단 극단화가 만개했고, 행정부 내 지도자들은 그에 맞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링컨 대통령의 임기는 건강한 '라이벌들의 팀'(Team of Rivals)이 이끈 것으로 묘사된다. 링컨은 자기 생각에 이의를 달 수 있는 입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선택했고, 이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테스트해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 나오도록 했다.
저자는 극단주의를 피하기 위해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시스템이 서로 반대 목소리를 듣지 못해 극단주의가 발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입력 2011.10.1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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