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15분. 이른 새벽부터 400여명의 체조소리가 들린다. 운동장을 달리며 매일 체력을 단련하는 이 곳은 국립 부산해사고등학교이다. 항해사, 기관사를 꿈꾸는 예비 해기사 학생들은 제복을 입으며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생활관을 나와 교실에 모인 학생들은 해기사 20년 경력의 전문교과 선생님들로부터 그 지식과 정신을 이어받아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다.

부산해사고는 국립학교로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입학금, 수업료, 기숙비, 식비, 교과서, 교복 등에 대한 부담이 없고 졸업 후 국제외항상선에 취업해 높은 연봉을 받게 된다. 특히, 3년간 배를 타고나면 군대를 면제받는 특혜가 주어진다. 이렇게 일찍 사회에 진출하여 꿈을 펼쳐 나가게 된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우리 학생들은 학년별로 목표를 갖고 있다. 1학년은 해양훈련을 이수해 바다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체력을 기르고, 2학년은 전 세계를 다니는 해기사에 걸맞은 영어능력을 인증받는다. 그리고 3학년은 조건에 따라 시기와 기간이 다르지만 해기면허 취득을 목표로 삼고 노력한다.

해사고에 입학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는데, 하나는 스스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 해사고의 장점인 것 같다. 7교시를 마치면 정규 수업이 끝나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생활관에서 2시간 정도의 학습 시간을 갖는다. 이렇듯 특별한 사교육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자기 스스로가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의 진정한 실력으로 꿈을 이루게 될 테니까. 하지만 엄격한 교칙은 신입생들을 단번에 제압해 버린다. 정해진 시간에 집합한 후 반장들은 각반의 인원을 확인하고, 단정한 교복과 구두, 외출할 때에 행동 하나하나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선박 위에서의 생활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언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선박 위에서는 자신과 동료 간의 동료애와 공동체 의식이 필수적이다. 또한 작업 시간에 늦지 않으며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야 배는 물론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된다.

과거 청학동에 위치했던 부산해사고가 영도 동삼동 혁신지구에 새로운 캠퍼스에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하였다. 새로운 건물들은 물론이고 한국해양대가 보이고 출항하는 뱃고동소리가 들리는 학교는 해기사가 되고자하는 마음을 일깨우는 듯하다. "나도 저런 배를 탈거야.", "저건 어떤 배지?" 이런 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나오니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부산해사고는 여러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한 때는 방학을 하고 집에 가는데, 해군과 같은 제복을 입고 있는 나를 본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해군이세요?"라며 직접 물어보는 사람도 간혹 나타난다. 그때마다 부산해사고등학교 학생이라고 말하면, '해군사관학교'를 연상하거나 모르는 듯 가던 길을 가버린다. 답답하고 불편하긴 하지만, 나는 제복이 자랑스럽다. 부산해사고가 자랑스럽다.

자격증을 갖고 배를 타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꿈'을 갖고 드넓은 바다를 힘차게 나아가는것(사해약진)은 오직 국립 부산해사고등학교 학생만의 열정과 의지로서 가능하다. 누구든지 상관없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는 정신만 있다면 해기사가 되어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