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경시대회가 아니라 축제다. 48개 테이블마다 3명씩 팀을 이뤄 모여 앉은 초등학생들이 웃고 떠들고 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뛰쳐나온 듯한 모습부터, 1970년대 스타일의 교복과 모자, 초록색 요정 의상까지 다양한 옷차림이다. 이들은 2265명이 참가한 전국 예선에서 15.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수학선수'. 각 팀의 테이블에는 우작수(우리들의 작은 수학자), 창의슈타인, 수맞들(수학도 맞들면 낫다) 등 톡톡 튀는 팀이름이 붙어 있다. 학생들이 실내체육관 운동장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동안, 학부모들은 형형색색의 플래카드가 걸린 서쪽 위층의 관중석에서 응원에 열을 올린다. 이런 축제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고난도의 수학문제를 친구들과 함께 푼다.

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초고 3층 체육관. 조선일보와 영재교육기관인 CMS에듀케이션이 공동주최한 '2011 창의적 수학토론대회'는 가을운동회를 연상케 하는 이색적인 수학경시대회였다. 단순히 이론과 공식을 외워 문제를 푸는 수학의 한계를 넘어 팀원이 함께 협동심을 발휘해 실제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수학문제를 해결하고 즐기는 자리였다.

(사진 위)9일 서울 서초고등학교에서 열린‘2011 창의적 수학토론대회’에서 학생들이 신문기사를 활용해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수리 NIE(신문활용교육)’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 가운데·아래)이어 수학문제를 계주 형식으로 푸는 릴레이 게임과 수학 토론, 수학과 관련된 OX 퀴즈 등을 즐겼다.

대회에서는 신문기사를 활용해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수리 NIE(신문활용교육)' 문제가 출제되었다. 실제 신문 기사가 지문으로 주어졌고 학생들은 기사를 읽고 그 속에서 숨은 수학 논리를 찾아 문제를 풀었다. 전 세계의 기울어진 탑, 개천절 경축 행사, 저출산에 따른 서비스 업종의 변화 등 수학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기사가 시험에 등장했다. 팀원들끼리 머리를 맞대자 기사에 쓰인 문자(文字)들이 수학적 논리를 갖춘 수식(數式)으로 정리됐다.

수학 퍼즐 풀기, 수학문제를 계주처럼 학생들이 이어 푸는 수학릴레이도 펼쳐졌다. 대회의 마지막 순서는 성냥개비, 카드, 공 등을 이용해 수학공식의 실제적 활용력을 묻는 팀별 토론이었다. 학생들은 정답을 적은 답안지 대신, 토론을 통해 문제풀이 과정을 설명하는 발표용 자료를 만들었다. 한 문제를 두고 두 팀이 마주 앉은 뒤 한 팀이 문제풀이 과정을 발표하면, 상대팀이 논리적 허점이나 오류를 지적하거나 더 창의적인 풀이법을 소개했다.

최고 상인 대상은 노창현(11·서울 발산초), 이찬렬(11·신서초), 이재훈(11·경인초)군이 한 팀이 된 '수퍼스타M'에게 돌아갔다. 노창현군은 "수리 NIE 문제를 풀면서 실생활 문제도 수학으로 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찬렬군은 "매일 읽은 신문이 답안을 작성하거나 토론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재훈군은 "매미의 태생 주기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수학 지식뿐만 아니라 새로운 과학 지식도 습득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CMS에듀케이션 이충국 대표는 "지식의 여러 영역이 함께 만나 융합하는 통섭의 시대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신문과 수학이 만나는 수리NIE는 언어와 수학의 통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