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팀으로 뛰는 게 중요한 건 사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요즘 빈부격차로 갈등이 많은데, 혜택받은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서 사회에 돌려줘야 없는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반감을 갖지 않을 것 같아요."

경기도 성남시 홍명보장학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홍명보(43)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어마어마한 응원에 압도당하며 '이 정도면 앞으로 나 한 사람만을 위해 살아선 안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 건 LA갤럭시 구단에서 뛸 때였다.

"(LA갤럭시 선수들이) 뉴욕 원정경기 마치자마자 지역사회 봉사활동이 빽빽이 잡혀 있었어요. 6시간 비행기 타고온 선수들이 피곤해 죽겠다면서 웃는 낯으로 봉사하러 가더군요."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2003년 미국 LA갤럭시 시절 자택에서 부인 조수미씨, 두 아들과 찍은 사진. 홍 감독은 “가족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다”며 평소 가족들과 함께 공개적인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다.

그는 2002년 자기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매년 자선축구경기를 열고 있다. 여기서 걷힌 돈 12억원과 개인 돈 3억원을 여러 단체에 기부했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 여민지·지소연 선수와 올림픽 대표 김민우 선수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축구 후배 180여명에게 축구화와 등록금을 대주고 소아암 어린이 수십 명을 수술해줬다. 장학생과 학부모가 감사편지를 보내오지만, 홍 감독이 먼저 연락하진 않는다.

그는 툭툭 끊어지는 소박하고 간결한 말투를 썼다. "제게 돈이 뭐냐고요? 한마디로 '굉장히 소중한 것'이죠. 돈이 있어야 좋은 옷 입고 맛있는 음식 먹습니다. 저도 프로선수 할 때 좋은 음식 많이 사먹었는데 별로 재미없었어요. 나를 위해 쓸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쓸 때 가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중1·초등학교 5학년 아들 형제에게 "학교에서 우유갑 정리할 때 맨 먼저 손들라"고 강조한다. 부인 조수미(38)씨는 "돈 아까운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쌓아놓고 사나 보지?' '있으니까 기부하는 게 당연하다'는 시선이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애들이 클수록 남편이 옳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누구는 전세 살고, 누구는 몇 평 살고…. 딸 둔 엄마들이 '지금 애가 이 정도 공부하면 나중에 이 정도 남편을 만난다'는 소리를 하기도 해요. 우리 사회가 이래도 좋은 걸까요? 부모가 나누며 사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도 옆 사람과 팀을 이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게 저희 부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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