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있는 프로야구(MLB) 텍사스 레인저스의 볼파크(Ballpark). 지난달 30일 5만여명의 야구팬이 관중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여섯 살 소년 쿠퍼 스톤이 마운드 쪽으로 걸어나왔다. 아메리칸리그 플레이오프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구(始球)를 하기 위해서였다.

장내 아나운서가 시구자 쿠퍼 스톤을 소개하자 장내가 술렁였다. 등번호 32번이 새겨진 빨간색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은 소년 쿠퍼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지난 7월 7일 사고 장면(사진 위), 80여일 전 소방관 아빠를 잃었던 여섯 살 소년 쿠퍼 스톤(사진 아래 왼쪽)이 지난달 30일 텍사스주 알링턴 구장에서 시구를 한 뒤 자신의 공을 받은 미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외야수 조시 해밀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약 세 달 전인 7월 7일 바로 이 구장에서 소방관 아빠 섀넌 스톤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소방관으로서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늘 미안했던 아빠는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야구장에 가게 됐다. 아빠는 야구공을 잡아 아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 아메리칸리그 MVP인 외야수 조시 해밀턴에게 파울볼을 던져달라고 부탁했다. 해밀턴은 아들 쿠퍼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였다. 2회 해밀턴이 파울볼을 잡아 아빠에게 공을 던졌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짧았다. 아빠는 이를 잡으려 84㎝ 높이의 펜스 너머로 몸을 내밀었다가 그만 균형을 잃고 추락사했다. 쿠퍼는 그 사고 이후 80여일 만에 이날 야구장을 찾았다.

쿠퍼는 이날 포수를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쿠퍼의 공을 받아준 포수는 아빠에게 공을 던져줬던 바로 그 해밀턴이었다. 쿠퍼의 등번호도 32번이었다. 쿠퍼의 공을 해밀턴이 받자 5만여명의 관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다. 해밀턴은 마운드로 달려가 쿠퍼를 따뜻하게 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