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손자(김정남의 아들) 김한솔(16)의 사진이 국내 언론에 공개됐지만, 북한은 현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김정일의 둘째아들 김정철이 록 콘서트에 참석한 모습이 공개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북한에서는 이들을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인물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밀려난 황태자’인 김정남·김정철은 상징성을 많이 상실했고, 특히 해외를 겉도는 김정남의 경우는 북한에서 암살조를 파견했을 정도로 관계가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의 후계자로 삼남 김정은이 낙점되면서, 장남 김정남과 차남 김정철은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로열패밀리’들이 북한 땅에 붙어 있지 못하고 외국을 떠도는 현상은 아버지 김정일-김정은 세대에 이어 김한솔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한솔은 마카오 등지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최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국제학교에 입학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인물은 김한솔의 아버지 김정남이다. 김정남은 만 24세 되던 지난 1995년 생일을 맞아 인민군 대장 계급장과 군복을 받았다. 100만 달러짜리 생일 선물을 받을 만큼 김정일의 각별한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정일은 1980년 김정남을 제네바 국제학교로 유학 보냈다. 김정남이 나가 있는 사이 김정일은 일본에서 태어난 무용수 고영희와의 사이에 둘째 정철과 셋째 정은을 뒀다. 김정남에 대한 김정일의 사랑도 분산됐다.
‘후계구도 1순위’였던 김정남은 1990년대 후반 고위층 자녀들에게 “내가 후계자가 되면 개혁·개방을 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김정일이 귀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됐다. 김정일의 눈 밖에 난 김정남은 2001년 도미니카 위조 여권을 들고 일본에 입국하려다 추방되고, 마카오에서 도박에 몰두하는 등 기행을 일삼았다.
김정남은 2008년 7~9월 김정일이 건강악화로 쓰러졌을 무렵 평양에 있었지만, 2009년 1월 이복(異腹)동생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북한 땅을 밟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송영선 의원(미래희망연대)은 “김정일이 김정남을 밉게 봐서 못 들어오게 하는 부분보다는, 김정은이 사실 김정남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다”면서 “몇 년 전 김정은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하려고 계획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과 김한솔이 ‘작은아버지-조카’관계라고는 하나, 많은 접촉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김한솔이 혈통으로 보면 장손 격에 해당하지만, 권력 일선에서 배제된 인물의 아들이기 때문에 북한 권력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