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군악대의 축하 음악에 맞춰 반듯한 정복을 입은 11명의 군인(軍人)이 단상 위에 올랐다. 이우진 대위, 이진욱 중령, 안병주 소령, 박태정 중령, 김종엽 중령, 김정수 대위, 오이석 준위, 최재룡 중사, 오경원 대위, 정경남 준위. 그리고 스캇 마스커리 중령.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처럼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군인의 본분'을 실천한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국방부조선일보가 제정한 제2회 위국헌신상 수상자로 뽑혀 30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상패와 상금 1000만원씩 받았다. 수상자와 가족, 군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묵묵히 나라를 위해 일하면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 듣기 어려웠던 군인들 사기(士氣)를 북돋우는 자리였다.

충성 부문 수상자 이우진 육군 대위(소령 진급 예정자) 어머니 장주화(59)씨는 "전방에서 고생하는 걸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섭섭했는데 이렇게 과분한 상을 주니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찡하다"고 말했다. 이우진(32) 대위는 "전·후방에서 더 열심히 근무하는 선후배들에게 미안하다"며 "위국헌신상을 받은 군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맡은 임무를 철저히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 중 총상을 입고도 끝까지 기개를 잃지 않았던 안병주(40) 해군 소령(중령 진급 예정자)은 용기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제 괜찮으냐, 다 나았느냐"고 묻자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30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회 위국헌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가족들이 상패와 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오경원 해군 대위, 최재룡 육군 중사, 스캇 마스커리 미 공군 중령, 김종엽 육군 중령, 안병주 해군 소령(중령 진급예정자), 이진욱 공군 중령. 앞줄 왼쪽부터 정경남 공군 준위, 오이석 육군 준위, 김정수 해병 대위, 이우진 육군 대위(소령 진급 예정자), 박태정 공군 중령.

안 소령은 "기쁘고 과분하다"며 "청해부대원 모두와 함께 받는 상"이라고 소감을 대신했다. 그의 둘째 아들 준혁(11)군은 "학교에 가서 아빠를 실컷 자랑하겠다"고 했고, 부인 우현정(36)씨는 "만감이 교차한다. 그동안 힘들었던 걸 한꺼번에 보상받는 기분"이라 했다.

충성 부문 수상자 이진욱(42) 공군 중령 부인 최지은(36)씨는 상을 받는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눈가를 훔쳤다. 이 중령은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너무 큰 상을 받는 것 같다"며 "조국 하늘을 더 굳건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창의 부문 수상자 오경원(32) 해군 대위는 생후 79일인 첫 아들 동민, 곧 결혼 1주년을 맞는 부인 전현선(28)씨와 함께 기쁨을 나눴다. 오 대위는 "2함대 전우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린다"며 "이 상의 무게에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책임 부문에서 수상한 김정수(30) 해병 대위는 "수상자 중 나만 미혼인 것 같다"며 "이 기회에 근사한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위 아버지 김종규(55)씨는 "아들이 입대하겠다고 했을 때 말렸지만, 지금 이 순간은 아들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상을 받은 마스커리 미 공군 중령은 "조선일보와 국방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2만8000여명 주한미군과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위국헌신상 시상식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용걸 국방부 차관, 정승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한민구 합참의장, 백선엽 예비역 대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왼쪽부터)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과 변용식 발행인, 양상훈 편집국장 등이 참석했다. 제프리 레밍턴 미 7공군사령관(공군 중장)도 자리를 같이했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백선엽 예비역 대장과 홍두승 서울대 교수도 참석했다. 백선엽 예비역 대장은 "국군 장병들에게 이렇게 큰 사기 진작의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군 원로 중 한 사람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며 "상 이름 그대로 국군 장병들이 나라 위해 온몸으로 헌신하는 경우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상훈 사장은 축사에서 "북한이 도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안 의사의 위국헌신 정신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이야말로 군인이 사회로부터 진심 어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핵심 가치임을 되새기면서 이를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다.

[위국헌신상 제2회 수상자]

◇충성 부문=공군 제11전투비행단 이진욱(42·공사 41기) 중령, 육군 3사단 이우진(32·육사 58기) 소령(진)

◇용기 부문=해군 작전사령부 안병주(40·학군 39기) 중령(진), 공군 제6탐색구조비행전대 박태정(44·공사 38기) 중령

◇책임 부문
=한국국방연구원 김종엽(50·학군 22기) 중령(육군), 해병대사령부 김정수(30·사관후보생 99기) 대위

◇헌신 부문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오이석(50·회전 23기) 준위, 육군 31사단 최재룡(32·현지임관 33기) 중사

◇창의 부문
=해군 2함대사령부 오경원(32·사관후보생 101기) 대위, 공군 제3훈련비행단 정경남(48·준사관 87기) 준위

◇한미동맹상
=주한 미 7공군사령부 스캇 P 마스커리(42) 중령

[위국헌신상 심사위원]

백선엽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예비역 대장), 홍두승 서울대 교수, 김일생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김정두 합참 차장, 변용식 조선일보 발행인, 양상훈 조선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