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DB

지난 7월14일 오전 6시55분쯤 부산시 연제구의 한 병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손아귀가 찢어진 이모(26)씨가 병원을 찾았다.

응급실 여의사 A(30)씨는 "치료를 할 수 있게 움직이지 말라"고 말했지만, 만취한 이씨는 막무가내였다. 의사에게 폭언을 내뱉고, 주먹을 휘둘렀다. 놀란 A씨가 피신을 했지만, 이씨는 그녀를 끝까지 쫓아가 병원 출입문을 발로 차며 30분간 행패를 부렸다. 병원 응급실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는 경찰에서 "병원 근처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손바닥에 상처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응급실 폭행'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승용(민주당)의원이 대한응급의학회의 '전문의 총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2명 가운데 1명은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39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318명(80.7%)에 달했다.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97명(50%)이나 됐다. 특히 설문에 참가한 응급실 의사의 39.1%(154명)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고 대답했다.

또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그래도 응급의학과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절대로 다시 하지 않겠다'가 5.6%, '선택하고 싶지 않다'가 17.8%에 이르러, 10명 중 2.5명은 응급의학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응

대한응급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응급실에서 주먹을 휘두른 사람은 남성이 97.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폭력행위자의 절반이 넘는 51.3%가 음주상태였다. 정신질환자가 3.6%, 약물복용자도 1.8%로 나타났다. 폭력을 휘두른 연령대는 30~40대가 62.6%로 가장 많았다.

응급실 폭력은 파악된 것보다 더 광범위한 것으로 보건복지가족부는 추정하고 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병원들이 응급실 폭력의 노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 의원은 "응급실이 폭력으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이에 따른 불이익은 환자가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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