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데뷔한 튜브(TUBE)는 '일본 국민 밴드'로도 유명하지만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힘찬 리듬과 선명한 멜로디가 조화를 이룬 노래들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전부터 한국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여러 한국 가수들이 이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했거나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캔의 '내 생에 봄날은'과 정재욱의 '시즌 인 더 선'이 튜브 노래 리메이크의 대표작들. 김민종은 대표곡 '귀천도애'가 튜브 노래를 표절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휘말리자 '잠정 은퇴'했으며, 인터넷에는 아직도 '튜브 표절 의혹 가요 리스트'가 떠돈다. 튜브는 대표적인 친한파 가수이기도 하다. 보컬 마에다 노부테루는 류시원 등 한류 스타들의 결혼식 때 축가를 불렀고, 2002년 월드컵 기념 한·일 공동 앨범에서 신승훈과 듀엣곡을 불렀다. 일본 가수의 한국 내 일본어 공연이 허용된 2004년 1월 1일 0시에 서울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튜브 멤버들은“두 번째 한국 공연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왼쪽부터 가쿠노 히데유키, 마에다 노부테루, 하루하타 미치야, 마쓰모토 료지.

최근 33번째 정규 앨범을 한국에서도 발매한 튜브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앨범 타이틀은 '리크리에이션(RE-CREATION)'. 지난 3월 대지진으로 충격을 받고 앨범 작업을 중단한 이후 새로 만든 제목이라고 한다. "지진의 상처로부터 다시(re) 창조한다(creation)는 의미와 힘을 내기 위해 쉰다(recreation)는 의미도 있어요. 지진 소식에 정신적으로 동요돼 더 이상 곡을 만드는 것이 힘들었어요. 앨범 수록곡의 절반은 지진 뒤에 완성했습니다."(가쿠노 히데유키·베이스)

튜브는 대지진 직후 일본 사회에 희망을 주는 노래 '리스타트(Restart)의 제작·발표를 주도했다. 사회 유명인사 등 173명에게 직접 부탁해 보컬로 참여시켰다. "피해 지역은 우리가 여러 차례 라이브 공연을 했던 곳이라 더욱 가슴 아팠어요. 이재민을 도우러 여러 차례 갔는데, 여럿의 목소리를 담아 노래를 부르면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한 일입니다."(마에다)

튜브는 이번 앨범에서 타이틀 '추억은 웃음 띤 얼굴 그대로'를 비롯해 한결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준다. 날렵한 꽃미남이 중년 아저씨가 되기까지 멤버 교체 없이 26년을 이어온 것도 튜브의 특징. 멤버들은 장수의 원동력으로 하나같이 '밴드 음악의 매력'을 꼽았다. "멤버 각자의 개성이 빚어내는 마법"(하루하타 미치야·기타 및 키보드)이자, "머리가 아닌 마음속에 남는 것"(마에다)이고, "서로 괴로워하고 재미있어하다가 우연히 만들어내는 산물"(가쿠노)이라는 것이다. "우리 음악을 들어준 팬들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모범답안도 잊지 않았다.

"요즘 한국 가수들의 일본 내 활동이 매우 공세적"이라고 하자 멤버들은 하나같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한국 팬들이 우리 노래를 높이 평가해줘 언어의 장벽을 넘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어요. (K팝 열풍도) 두 나라 간 음악 교류에 아주 좋은 일입니다. 나 자신도 한국 드라마 OST와 카라, 소녀시대의 앨범을 즐겨 듣는 걸요. 우리도 두 번째 한국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마쓰모토 료지·드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