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향의 2011년작‘진달래’.

노을빛 화면 위에 수십 개의 조그만 원과 점들이 둥실 떠 있다. 어떤 원들은 파문을 이루며 멀리 퍼져 나간다. 화면 아래쪽 귀퉁이에는 희끄무레한 꽃잎의 형태가 보인다. 한지의 번짐 효과처럼 보이지만 실은 유화다. 시적 언어로 자연을 풀어내는 작가 김정향(56)의 2011년 작 '진달래'다.

김정향(56) 개인전 '스피리토소(Spiritoso)'가 20일부터 내달 30일까지 서울 한남동 갤러리 BK에서 열린다. 1977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난 김정향은 2006년 브루클린 크레센트역에 대형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하는 등 뉴욕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작가는 "물감이 마르기 전 사포로 문질러 닦아내고 다시 물감을 바르기를 15회 이상 반복한다"고 비법을 공개했다. 2009년 9월의 뉴욕 개인전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평했다. "김정향의 작품 앞에 서 있으면 마치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02)790-7079